분양시장 양극화 더 심해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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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지지구 등 공공택지 물량과 상한제를 피하려는 민간택지 단지의 분양이 잇따르는 가운데 청약시장의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될 것 같은 데만 몰리고 그렇지 않은 곳은 통장 사용을 극도로 꺼리고 있다. 가점제 실시로 당첨권에 들 것 같은 청약통장이 인기단지로 더 몰린다.

지방 물량과 수도권에서도 비인기지역 등은 청약률이 바닥이다.

택지지구·신도시 청약, 가격에 좌우

최근 청약시장이 지역, 입지여건, 가격 등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인다. 우선 지방은 주택시장 침체, 미분양 몸살 등으로 얼어붙어있다.

GS건설이 10일 청약접수를 시작한 부산 연제구 연산동 연산자이는 1598가구의 대단지이고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데다 입지여건도 괜찮지만 1순위 접수에서 신청자가 92명에 그쳤다.

울산 삼산동 한화건설의 꿈에그린은 10일까지 2순위 접수에서 716가구 모집에 청약자는 32명이었다.

연산자이 등은 그나마 나은 편. 지방의 브랜드 인지도도 떨어지는 소규모 단지 등은 청약자를 찾아보기 힘들다. 광주 북구 양산동에 나온 송지건설 단지(159가구)는 10일 2순위 접수까지 청약자가 한 명도 없었다. 천안 용곡동 동훈건설의 더쉴(230가구)도 10일 1순위 접수에 한명만 신청했다.

반면 수도권은 지방에 비해서는 전체적으로 청약시장이 낫지만 인기단지에만 청약자가 몰린다. 10일 서울 1순위서 10대1로 마감된 용두동 래미안은 그동안 강북권에서 높은 청약경쟁률을 보여온 재개발 단지다.
5일 문을 연 용두동 래미안 견본주택에서 방문객들이 모형도를 보고 있다.

재개발 단지 외에는 서울 도심에 아파트 공급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상한제 적용 전으로 비록 가격이 다소 높더라도 적극 청약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높은 경쟁률을 보인 인천 논현 힐스테이트 역시 마찬가지. 이들 단지는 브랜드 인지도가 높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신도시·택지지구 청약시장이 예전만 못하다. 전매제한 기간이 10년으로 긴 가운데 분양가 메리트가 크지 않으면 통장 사용을 꺼린다. 진접지구에 이어 고읍지구도 10일 1순위 접수서 대거 미달됐다. 파주신도시 주공 단지도 최근 1순위서 대부분 마감되긴 했지만 청약경쟁률이 기대에 못 미쳤다.

상한제 적용으로 전매를 10년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분양가가 주변 시세와 크게 차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 지역의 저조한 통장 사용은 청약가점제 때문이기도 하다. 점수가 높거나 좀더 기다리면 점수를 높일 수 있어 입지여건이나 가격 메리트 등에서 더 유망한 단지를 기다리는 것이다.

수도권에서도 브랜드 인지도도 떨어지고 소규모 단지 등이면 역시 청약은 바닥이다. 경기도 평택시 송화리에 나온 늘푸른오스카빌(175가구)는 10일까지 2순위 접수에서 1순위자 한명만 청약했다.

통장 없는 실수요 택지지구 미분양 계약 늘어

청약률이 낮은 단지들에서 일부 계약률이 높아져 눈길을 끈다. 청약경쟁률이 높은 인기 단지는 청약률·계약률 모두 고공행진이다. 실수요 뿐 아니라 투자수요까지 몰려서다. 래미안용두, 논현힐스테이트 등처럼 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아 전매제한 기간이 입주 후까지로 상대적으로 짧다는 점도 계약률 상승의 요인이다.

청약경쟁률이 바닥인 소규모 단지 등은 계약률도 쉽게 오르지 않는다. 실수요조차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청약률은 낮아도 계약률은 높은 현상도 있다. 남양주 진접지구가 대표적이다. 진접지구는 청약률은 저조했지만 이후 선착순 분양에 들어가서는 계약률이 청약률과는 딴 판으로 오르고 있다.

택지지구에 대한 기대감 등에 통장이 없는 실수요자들이 계약하는 것이다. 통장이 없는 등으로 유망 단지 분양이 어려운 상황에서 택지지구에 대한 기대감으로 사는 것이다.

진접지구의 경우 전매제한 기간에 따라 계약률 차이가 나타난다. 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아 입주 후 전매할 수 있는 중대형 계약률은 전매제한기간이 10년인 중소형보다 배 정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인스랜드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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