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은 감시당하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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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우리들의 삶을 24시간 감시를 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그러한 상황을 소름이 돋을 정도로 잘 묘사한 소설이 조지오웰의 '1984년'입니다. 이미 소설속의 배경에서 20년이나 지난 현재 우리들의 현실에서 폐쇄회로라 불리우는 감시카메라가 즐비한 것은 놀랍지도 않은 상황입니다.

지난 2000년 오늘(2월3일) 전세계를 오가는 유선통신과 팩스는 물론 e-메일과 무선통신까지 도청할 수 있는 극비 감청시스템인 에셜론(ECHELON)이 실존(實存)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미국 조지워싱턴대가 자체 웹사이트(http://www.gwu.edu/nsarchiv/)에 공개한 국가안보국(NSA)의 비밀문서에 따르면 에셜론은 1980년대 초반 미국주도로 만들어 졌으며, 미 국방부 산하 NSA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미국은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기습이라는 치명적인 정보 분석 실패를 계기로 태평양전쟁과 2차대전에 뛰어들었고 마침내 초강대국으로 탈바꿈했습니다. 이러한 강대국의 뒤에는 정보기관 이라는 '그림자 제국'이 있었죠.

정보기관이라면 CIA가 연상되지만 CIA는 미 연방정부 산하 13개 정보기관 중 하나일 뿐입니다. 정보 예산의 대부분은 첩보위성을 운용하는 국방부 소속 국가정찰국(NRO)과 국가영상·지도제작국(NIMA) 그리고 NSA등이 사용합니다.

이중에서 NSA는 '그런 기관은 없다(No Such Agency)'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록 베일에 싸인 기관입니다. 3만여명의 요원이 CIA의 두배가 넘는 70억달러를 매년사용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가장 많은 수학자를 고용하고 있으며 '에셜론'과 1초에 1천의 6승까지 계산이 가능한 엑사플롭(Exaflop)급 수퍼 컴퓨터로 외교기밀은 물론 수백만건의 정보들을 도청 해독한다고 합니다. 한국에도 8개의 감청기지를 운영하고 있다고 하니 놀랍기만 합니다.

9·11이후 테러를 막지못한 것은 '인적정보(Humint)'의 부족에서 비롯됐다고 파악하여 부시 행정부는 요원을 대거 증강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관련하여 서울 행정법원 행정5부도 시민운동가 하모(33)씨가 정통부 장관을 상대로 "에셜론 가입정보를 공개하라"는 소송을 냈지만 "관련자료가 전혀 없다"는 정통부측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초강대국 미국과 그 뒤를 뒷받침 하고 있는 정보의 실세 '그림자제국' 하지만, 이것 역시 사람이 하는 일인지라 많은 실수가 빚어지고 있습니다.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오판이 그 예가 되겠지요. 우리나라에서도 '우리별'등 각종 인공위성 등을 쏘아 올리며 정보대전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빅브라더가 우리의 삶을 하나하나 감시하는 능력이 있다고 해도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의 판단이 아닐까 싶습니다. 북한의 핵시설에 대한 정보 등 우리의 생존과 직결되는 정보가 잘못 판단되어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 사진은 경기도 용인 KT 무궁화호 관제센타 입니다. 하늘에 빛나는 것은 별인가요? 첩보위성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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