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에서화합을>3.노사관계-유연해진 노동행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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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철도.지하철사태가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으로 치닫던 지난달 22일 오후3시30분 전국노동조합대표자회의(全勞代)공동대표인 權永吉언노련위원장은 노동부장관실에서 南載熙장관과 대좌했다.
南장관은 30분간의 비공식 대화과정에서 연대파업이라는 최후통첩을 한 權위원장에게 법외단체인 전국기관차협의회(全機協)간부들을 노조지부장 자격으로 노조의 교섭대표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全機協이 철도청과 직접대화를 통해 변형근로시간제 철폐등 현안을논의할 수 있도록 하자는 안을 내놓았다.
지하철노조의 임금인상 가이드라인 철폐문제도 계속 협상을 통해실질임금을 인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사실상 全勞代의 요구조건을 대부분 수용한 파격적인 안이었다.
그사이 康奉均차관은 철도청측과 전화대화를 통해 철도노조.全機協.철도청간 3자 대화를 설득했고 마침내 이날 저녁 서울역그릴에서 첫 대화를 갖도록 하는데 성공했다.
공권력 투입과 총파업이 예고된 상황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는 최선의 해결방법이었다.그러나 全機協지도부는 해결방식에는 동의하면서도 지도부 검거를 우려해 끝내 약속장소에 나타나지 않아 3자 대화는 무산되고 말았다.
그리고 불과 몇시간 뒤인 23일 오전4시 全機協농성장소에 공권력이 투입됐고 한시간 뒤인 오전5시 철도파업은 시작됐다.
南장관의 노력은 비록 수포로 돌아갔지만『법외노동단체도 어차피근로자들을 대표하는 만큼 대화를 통해 물리력을 동원하지 않고 순리대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소신은 높이 평가받았다.
대우조선이 전면파업을 벌이겠다고 밝힌 지난달 30일 노동부 주변에선 정부의 법적대응과 공권력 투입이라는 예정된 수순이 점쳐지고 있었으나 南장관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南장관은이날 전화를 걸어온 崔殷碩대우조선노조위원장으로부 터『파국을 위한 파업이 아닌만큼 머지않아 정상화 될 것』이라는 언질을 받았던 것이다.
결국 대우조선사태는 두차례 파업불발을 겪은끝에 6일 노조측이회사측의 임금인상안에 잠정 합의함으로써 수습국면에 접어들었다.
南장관의 해결방식은 미리 한계를 그어놓기 보다는 상대방을 믿고 대화로 풀어가겠다는 일관된 의지를 보여주었다.이는 물론 문민정부 출범이후 성숙해진 정부의 노사관을 반영한 것이다.
문민정부 출범이후 첫 노동행정 책임자였던 李仁濟장관은 과감한개혁정책으로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켰었다.
李장관은 지난해 현대그룹노조총연합(現總聯)공동파업의 해결을 위해 울산의 쟁의현장에 직접 내려가 중재를 시도했다.공권력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고 노사자율과 대화로 풀어가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러나 李장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現總聯 간부들은 제3자 개입금지로 구속.수배되고 현대자동차 쟁의에는 긴급조정권이 발동됐다.
노동계에선 두장관이 역대 어느 장관보다도 합리적인 노사관을 가지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보수적인 정부내 분위기,일부 노조간부들의 몰이해와 구태 때문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보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문민정부 출범이후 근로자들과 일부기업이 보여주고 있는 성숙한 의식과 노동부의 합리적인 변화가 효과적으로 결합될 경우 머지않아 미래지향적 勞.使.政관계가 정립될 것으로보고 있다.
홍익대 朴來榮교수(경제학)는『노동행정이 노사양쪽과 국민일반으로부터 신뢰를 얻으려면 정책의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며『이를 위해선 노동행정이 경제행정과 치안.내무행정으로부터 자주성과 독자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한다.
〈李夏慶기자〉 ◇도움말주신분=▲단국대 金潤煥교수▲서울대 裵茂基교수▲홍익대 朴來榮교수▲노동인권회관 李仙柱사무국장▲노동부 盧民基노사협의과장▲노동연구원 崔永起연구위원▲서울지방노동청 李仁滄근로감독관 다음회는 선진국의 勞와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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