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희망을 거래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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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들의 무역회사 막스 허벌라르'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은 꿈 같은 스토리를 담았다. 꿈은 아름답다. 무엇보다 정의롭다. 신자유주의 흐름 속에 부자 나라, 가난한 나라가 나뉘는 지구촌의 불평등 경제구조를 혁파하려는 유토피아 운동을 다루기 때문이다. 이 책이 매력적인 것은 그 운동이 거대한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다.

멕시코 농부들이 15년 전 커피협동조합을 설립한 뒤, 네덜란드 시민기구 '참여연대'와 함께 출범시킨 커피 브랜드 '막스 허벌라르'(국내 수입은 아직 안됐다)는 이제 스타벅스 등과 어깨를 겨룬다. 대기업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 운동을 추진한 네덜란드 신부와 비정부기구 종사자 두 명의 자서전 형식.

그 점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가'(무하마드 유누스 지음, 세상 사람들의 책)'꿈의 도시 꾸리찌바'(박용남 지음, 이후) 등과 맥을 함께 한다. 즉 제3세계 발(發) 대안운동이다. 여기까지는 좋다. 다음이 문제다. 곳곳이 비문(非文)인 미숙한 번역 문장은 좀 심했다. '모래 씹는 듯한 느낌'은 가독성은 물론 의미 해독을 방해한다.

"건물 값은 쉽지않은 가격이었지만 토지 값은 땅주인이 임의로 값을 쳐서 아버지께 양도했다."(19쪽) 땅 거래를 설명하는 초보적 문장인데도 내용 파악이 안된다. 이 짧은 문장에 '건물 값' '토지 값' '값'이 무려 세차례 등장한다. 뒤에 '땅주인'까지 등장해 더욱 혼란스럽고, 이런 비문은 도처에 있다.

옮긴이는 문장 운용이 서툰 사람이다. 역자 후기가 증거다. "사목을 하는 호프 신부의 영성의 기초가 되는 예수의 생애는 지배체제에 대한 비판의 삶이었고, 예수의 고통은 소외된 자들을 정당화 시켜주는 구원이라고 생각하는 사제로서의 의식이 그가 빈민들과 함께 하는 모습 속에 드러나있다." (3백6쪽) 끝내 해독이 안되는 요령부득의 대목이다.

원본은 네덜란드어. 이 언어 번역자가 극히 적은 게 현실이기때문이다. 이 출판사 관계자는 "편집과정에서 여러차례 문제가 됐으나 영어 번역은 아직 없고, 뒤늦게 불어 번역본을 구했다. 지적을 받아들여 재번역도 고려해보겠다"고 밝혔다.

조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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