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 청탁 - 변양균 압력' 커넥션 가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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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신정아씨가 26일 검찰의 재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공덕동 서부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강정현 기자]

서울 서부지검 구본민 차장검사는 26일 "지금까지 의혹을 조사한 바로는 사건의 본질은 변양균(58)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신정아(35.여)씨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신씨의 요구를 들어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씨의 동국대 교수 임용과 광주비엔날레 예술 총감독 선임 ▶성곡미술관에 대한 기업 후원 ▶흥덕사(동국대 이사장 영배 스님의 개인 사찰)에 대한 국고지원이 '신씨의 청탁에 따른 변씨의 외압 행사'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검찰은 변 전 실장을 16일 첫 소환 이후 이날까지 열흘간 모두 여섯 차례 불러 조사했다. 그동안 변 전 실장이 청와대 정책실장이라는 막강한 지위를 이용해 신씨 활동 과정과 학력 위조 사건 은폐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를 캐물었다. 그 결과 신씨의 동국대 교수 임용 과정에 개입했다는 단서를 잡았다. 흥덕사에 특별교부세 10억원이 지원되는 과정에 직접 지시를 내렸다는 정황도 파악했다.

변 전 실장의 배후에 또 다른 '윗선'은 없다고 검찰은 일단 판단하고 있다. 변 전 실장이 신씨 비호의 몸통이라는 것이다. 수사 관계자는 "청와대 정책실장은 실세 중 실세로 통한다"며 "자신의 권력만으로도 신씨를 후원하는 데 충분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현 청와대 시스템에선 (청와대 정책실장이) 비서실장이나 경제부총리보다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구조"라고 전했다.

변 전 실장이 포함된 부산고 21회 졸업생들이 영향력 있는 자리에 있어 변 전 실장의 운신 폭이 넓었다는 지적도 있다. 성곡미술관에 거액의 후원금을 낸 김창록 산업은행 총재와 박세흠 전 대우건설 사장(현 주택공사 사장)은 변 전 실장의 부산고 동기동창이다.

그러나 검찰은 변 전 실장이 신씨의 부탁에 따라 각종 외압을 행사했다는 '공모 정황'은 있으나 신씨의 학력위조를 사전에 알았는지, 또는 몰랐는지를 확인하지 못한 상태다. 수사팀 관계자는 "언제 학력위조를 알았는지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변 전 실장은 최근까지도 "신씨의 예일대 박사학위가 진짜인 것으로 믿고 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변 전 실장이 학력위조 사실을 알고도 신씨를 2005년 홍기삼 전 동국대 총장에게 추천했다면 업무방해 혐의의 공범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학력위조를 알면서 신씨가 일하던 성곡미술관에 대기업들이 후원하도록 외압을 행사했다면 부적격자를 비호했다는 도덕적 비난도 피할 수 없다.

변 전 실장이 신씨의 가짜 학위를 진짜 몰랐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변 전 실장이 학력위조 사실을 모르고 동국대에 신씨를 소개했거나 기업체에 후원 의견을 제시했고, 이들이 '자발적으로' 교수로 임용하거나 후원을 했다면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 예일대 출신으로 신씨와 '가까운 사이'를 유지하던 변 전 실장이 있지도 않은 예일대 원격코스를 밟아 박사학위를 땄다는 신씨의 주장을 얼마나 믿었는지는 의문으로 남는다.

이를 위해 검찰은 변-신 두 사람의 연결고리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물증으론 두 사람의 비밀 통화내역이 우선적으로 꼽힌다. 변 전 실장이 신씨의 사기.횡령 행각에 공모했다는 혐의를 입증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변 전 실장이 사전에 학력위조를 알았는지를 포함한 핵심적인 의혹을 풀 수 있기 때문이다. 신씨가 사회적 지위를 확보하기까지는 변 전 실장의 비호가 있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최근 수사팀은 두 사람이 주로 '대포폰'(타인 명의의 전화)으로 통화했다는 정황을 포착했지만 대포폰의 행방은 찾지 못했다. 구 차장검사는 "구체적인 물증이 나와야 하는데 쉽지가 않다"며 "두 사람 사이 통화내역을 못 찾아서 문제다. 대포폰을 확보해 두 사람의 연결고리를 밝히려 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자신들의 이름으로 등록된 휴대전화로는 좀처럼 통화하지 않았다고 한다. 대신 1년 전부터 신원이 드러나지 않도록 대포폰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변 전 실장에게 흥덕사에 국고를 지원하도록 지시한 부분에 대해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 이르면 27일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하지만 강원도 평창군 월정사 등 다른 사찰에 대한 국고 지원에 대해선 "이 사건과는 상관없는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기업들에게 미술관에 후원금 내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혐의에 대해선 제3자 뇌물수수죄나 직권남용죄를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

천인성.한은화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직권남용(형법 제123조)=공무원이 일반적인 직무 권한을 넘어 다른 사람에게 부당한 일을 하게 하거나, 정당한 권리 행사를 방해했을 때 적용한다. 5년 이하의 징역,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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