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대통령이냐 … 창피해 못 나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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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씨는 점차 원기를 회복하는 모습이었다. 23일 검찰 출두 때는 계단을 성큼성큼 뛰어오르기도 했다. 취재진이 따라붙자 빠른 발걸음으로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검찰 조사 후 서울 천호동 강동가톨릭병원으로 돌아오는 생활을 계속했다. 병실에 도착한 뒤 밤늦게까지 자신의 대리인 박종록 변호사와 진술 내용, 대책 방안을 상의했다. 신씨는 대부분의 시간을 병실에서 보내야만 했다. 가끔 자동판매기에서 커피를 뽑아 마시러 잠시 병실을 나선 게 전부였다. 추석 당일인 25일엔 가족 면회도 없이 혼자서 병실을 지켰다. 그를 찾아온 손님은 박 변호사와 그의 운전사뿐이었다. 병원에서 제공한 송편과 박 변호사가 가져온 명절 음식으로 추석을 보냈다.

신씨는 병실에서 박 변호사에게 "내가 대통령이냐. (기자들이)일거수일투족을 보도한다. 창피해서 문밖에 나갈 수 없다"고 불평하기도 했다.

신씨는 본지 기자와 몇 마디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명절)아침부터 고생한다" "나 같은 사람에게 힘 쏟는 건 낭비다" "(검찰에게) 있는 그대로 다 말할 것"이라고 말했다. "집에서 쓰던 컴퓨터에 왜 예일대 박사학위 그림파일이 들어 있느냐"는 질문엔 "왜 거기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끝을 흐렸다.

변 전 실장은 검찰 조사를 받지 않은 시간에는 서울 시내 모처에서 홀로 지낸 것으로 전해졌다. 23일 오전 서부지검에 모습을 드러낸 변 전 실장의 모습은 초췌했다. 눈은 퀭했고 머리칼은 헝클어졌다. 청사 로비에서는 어지러운 듯 중심을 못 잡고 벽시계를 한동안 붙잡기도 했다.

최선욱.송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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