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 카드도 신씨가 사용 미술관 업무 사실상 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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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순 성곡미술관장이 26일 신정아씨 횡령 혐의 등과 관련,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서부지검으로 출두하고 있다. [사진=강정현 기자]

신정아 전 동국대교수와 신씨가 학예연구실장으로 재직했던 성곡미술관의 박문순(53.쌍용양회 김석원 명예회장 부인) 관장은 어떤 관계일까. 서울서부지검은 26일 박 관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조사했다. 신씨가 2005~2007년 성곡미술관 운영자금 2억여원을 빼돌려 박 관장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한 데 따른 것이다.

검찰은 또 2004년 신씨가 우리은행 효자동 지점에 대여금고를 개설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금고는 박 관장 것이며 자신은 명의를 빌려줬을 뿐이라는 신씨의 주장을 검찰은 신빙성 있게 보고 있다. 신씨와 박 관장의 관계가 주목받는 이유다.

성곡미술관에 근무했던 한 직원은 "신씨는 관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으며 미술관 업무를 사실상 모두 결정하고 처리했다"고 말했다. 그는 "관장은 자신을 명예직으로 여길 정도로 미술관 일에 직접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다"면서 "신 실장에게 모두 맡긴 것으로 직원들은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미술관 (법인)카드도 신 실장이 썼다"면서 "추석 같은 명절에 지인들에게 주는 선물을 신 실장이 카드로 직접 사서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2002년 4월 계약직으로 성곡미술관 근무를 시작한 신씨는 2005년 1월 학예연구실장으로 승진했다. 이 때문에 당시 9년간 성곡미술관에 근무하면서 학예연구실장을 맡고 있던 전준엽(54.화가)씨는 그만두어야 했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박 관장이 전준엽 당시 실장을 불러 면전에서 '신정아가 외국 전시도 많이 유치하고 일을 참 잘한다'고 칭찬하면서 전 실장에게 금일봉을 주었다"고 전했다. "신정아는 이렇게 일을 잘하는 데 너는 그동안 뭐했느냐, 그만두라는 의미였다"고 덧붙였다. 그는 "전 실장은 10년 근무를 채우고 싶어했으나 이후 한 달 만에 사직했다"고 설명했다. 신씨는 2005년 9월 동국대 조교수로 임용됐지만 성곡미술관 학예실장 직을 유지했다. 통상 겸직이 되지 않는 업무지만 동국대와 미술관 양쪽에서 특별 대우를 받은 것이다. 신씨는 특히 윗사람에게 잘하는 것으로 소문난 데다 재직 중 대기업과 금융사 등의 후원금을 끌어들이는 공적을 세워 더욱 신임을 두텁게 받은 것으로 보인다.

조현욱.권근영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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