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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비서실>178.황태자 박철언(2)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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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朴哲彦의원(당시 안기부특보)이 이끌던 안기부팀은 6.29선언문이 나올즈음「月桂樹프로젝트」라는 별도 리포트를 만들었다.「월계수프로젝트」란 직선제 대통령선거에서 승리의 月桂冠을 쓰기 위한 비밀조직,즉 사조직의 필요성과 그 운영방안에 대한 리포트였다. 월계수프로젝트는 6.29선언 다음 날인 87년 6월30일안기부팀의 연구실장격인 姜在燮검사(현 민자당 의원)와 池大燮청호컴퓨터회장(현 민자당 광주북구위원장)에 의해 당장 착수됐다.
池회장은 경북고를 나온 친척을 통해 朴특보.姜검사와 일찍부터 친한 사이.마침 분양중이던 광화문 세종문화회관뒤 로얄빌딩에 빈사무실이 있어 집기를 갖춘 7월 중순 정식 발대식을 가졌다.
최초 멤버는 앞의 세사람 외에 羅昌柱건국대교수.李在晃궤도공영사장.李肯珪씨(현 민자당의원)등 10명 남짓했다.羅교수는 朴특보가 국보위 시절부터 정치적 자문을 받아온 사람이며,李사장은 姜검사와 경북고동창으로 절친한 친구였고,李씨는 池 회장의 오랜知己.조직확산은 이런 식으로 가까운 인맥과 인맥으로 은밀히 이뤄져 8월에는 시.군.구 책임자급까지 정해졌다.
사조직의 생명은「드러나지 않는 활동」,즉 대외 보안이다.이점에서 월계수는 탁월했다.반 공개적인 야당의 사조직과 달리 철저한 기밀성을 유지하기 위해「위장」과 「점조직」식 관리기법을 구사했다. 「위장」이란 정치적 활동을 비정치적인양 보이게 하기 위해 무색무취한 각종 모임 형식으로 조직을 구축한 점이다.○○지역문제연구소.○○문화연구회등 연구소 형태의 모임이나,팔공회.
심지회.청목회등 친목회 형식의 모임으로 조직됐다.
기존의 조직을 끌어안은 경우도 적지않았다.그 결과 선거직전 이러한 모임은 전국에서 약3백개에 이를 정도로 조직은 방대해졌다.당시에는「월계수」라는 공통된 이름이 사용되지 않았다.「월계수」라는 이름은 대선승리후 붙여진 이름이다.
조직확산,즉 회원 확보에도 위장술은 원용됐다.이때 사용된 것이「VIP카드」라는 것이다.사실 내용은 입회원서이나「비정치적」위장을 위해 이름만 VIP카드라고 붙인 것이다.선거판에서 사람을 확보한다는 것은 선거운동의 길을 트는 출발점이 나 마찬가지다. 지역별 모임은 대개 회장과 10명 내외의 이사진으로 구성됐다.회장은 중소자영업자등이 많았으며,이사는 회장이 경영하는 회사의 직원등으로 기밀성이 유지될 수 있는 인맥으로 짜여졌다.
사조직의 또다른 생명은 충성심이다.공조직보다 응집된 충성심이있어야만 음지의 궂은 일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육은 필수적이다.교육은 주로 안양의 사설 새마을연수원에서 이뤄졌다.보통 모임별로 1박2일 정도의 교육이 실시됐다.연사로는 朴哲彦특보외에 교수인 羅昌柱씨등 월계수 핵심멤버들이주로 나섰다.
교육내용은「6.29와 민주화의 완성을 위해 盧泰愚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는 盧후보 지지호소에서부터「양金씨에게 정권이 넘어가면 혼란이 온다」는 상대 후보 비방성 주장까지 다양한 강연들이었다.당시 극성이던 노사분규등 혼란상과 위기감을 강조하는 비디오가 상영되기도 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盧泰愚대통령후보가 보인 관심과 열의다.대선과정에서 후보의 몸은 10개라도 부족할 정도로 바쁘다.
그런 와중에서도 盧후보는 1주일에 두 세번씩 저녁시간을 통째로사조직 교육과정에 할애했다.
당시 관계자 Q씨는『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盧후보는 매기 수료식 절반이상은 직접 참석해 격려했습니다.마지막 강연의 연사로직접 나서기도 했어요.주로「6.29로 시작된 민주화를 완성하게해달라.이나라 장래는 여러분 손에 달렸다」는 식의 호소였죠.金玉淑여사는 더 열심이라 거의 매번 참석해 수료생들과 기념촬영했죠』라고 기억했다.
후보의 참석.격려도 공식적 모임과는 친밀감부터 달랐다.盧후보와 부인 金여사는 그냥 들렀다 가는 것이 아니라 이수식을 마친뒤의 뒤풀이마당에까지 참여해 회원들과 같이 술잔을 나누고 춤추며 노래부르기도 했다.기념촬영도 마찬가지다.참석자 전원과 한번에 찍고 마는 것이 아니라 10명 단위로 30여회에 걸쳐 촬영함으로써 같이 찍은 사람들에게 친밀감을 심어주고자 했다.
盧후보의 이같은 지극한 정성에 대해 Q씨는『충성심과 소명감을불어넣기 위해선 후보와 직접 접촉하는 것이 꼭 필요했습니다.盧후보도 그 중요성을 공감했기에 황금같은 시간을 투자한거죠.당시民正黨은 인기가 없어 한계가 있다는 것이 후보 의 생각이었습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黨의 한 관계자 Z씨는 이러한 교육의 효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Z씨는『월계수라는게 대개 여권 주변을 어슬렁거리던 사람들이 새로운 권력을 보고 모여든 것에 불과하지 뭐 새로운 것이 아니에요.회원들중 대다수가 민정당원들이죠 .그러니 월계수라는 것은 오히려 기존 조직을 2원화하는 혼선을 빚었어요』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월계수가 자랑하던 교육에 대해서도『안양의 연수원은당초 당에서 돈을 지원해주면서 선거운동을 하던 곳이었습니다.사설연수원 원장이 대선을 앞두고 당을 찾아와 연수원 활동연혁,교육내용등을 설명하면서「대선기간중 선거운동에 일조 할테니 지원해달라」고 해 李春九선거대책본부장이 다른 당조직에 알리지않고 몰래 지원해 주었죠.그래서 이름은 새마을 연수원이지만 실제로는 盧후보에 대한 간접 선거운동을 했었죠.그런데 나중에 보니까 원장이 월계수에 가입해 월계수회원을 교육시키더군요.그러고는 그간의 공을 전부 월계수가 차지했습니다』라고 주장했다.
어쨌든 이렇게 양성된 월계수핵심들이 전국에서 접수한 VIP카드상의 회원은 대선 직전 1백80여만명에 이르러 흔히「2백만 회원」으로 불렸다.돈은 주로 盧泰愚후보의 유세가 있는 경우 인력동원비가 많았다.
당시 관계자 X씨는『주로 당에서 나오는 홍보물,盧후보의 이름이 새겨진 볼펜이나 시계등을 나누어 주었기 때문에 월계수가 별도로 돈을 쓴 것은 별로 없어요.돈을 쓰더라도 돈이 있는 회장이나 이사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내놓았기에 선거자금 을 후보에게얻어 쓴 적은 거의 없다고 봐야죠』라고 주장했다.그러면서도 그는『사람을 동원하는데는 다소 돈이 필요해 盧후보로부터 받아 쓴적이 있었다』며 동원비사용은 일부 시인했다.
***日當도 두배넘어 그러나 Z씨는 이를 반박했다.그는『선거운동 과정에서 盧후보가 사조직쪽으로 돈을 너무 많이 뿌렸어요.
공조직인 당에서 사람을 동원할 때 일당은 1만원 정도에 불과했는데 사조직쪽에서는 2만~3만원씩 주니까 오히려 공조직 활동에방해가 되는거예요.그래서 全대통령도 盧후보에게 사조직에 돈을 너무 많이 쓰지말라고 주의를 주었죠』라고 주장했다.
X씨는 무엇보다『공식 당조직원들과는 질이 달랐다』며「사조직회원들의 충성심」을 강조했다.그는『우리는 사조직 아닙니까.그만큼교육도 시켰고 사명감도 강했던 만큼 활동도 적극적이었죠.유세현장 등에서도 우리가 선봉에 나서 연호를 외치고 후보의 힘을 돋워주었지요.우리는「이에는 이,눈에는 눈」식으로 당시 金泳三후보의 사조직 민주산악회나 金大中후보의 사조직 연청등과 맞섰지요.
홍보물을 빼앗기면 싸워서라도 다시 빼앗아오고,유세장에서 몸싸움을 하며 후보가 지나갈 길을 트는 것도 우리가 했죠.당에서 동원한 사람들은 그때 뒤에서 팔짱끼고 있었어요』라고 자랑했다.
그러나 당쪽 관계자들은 이에대해『설쳤다』라는 표현을 사용했다.유세장등에서 이상한 이름의 깃발이나 복장을 갖추고 나타나 앞자리를 차지하고「盧泰愚」를 연호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렇게 설치는 바람에 공조직 사람들로부터는 오히려 질시를 받 았다는 것이다.『설쳤다』는 평가의 근거중 하나로 지적하는 것은 속칭「마패」라는 물건이다.월계수 본부는 회원이 늘면서 효과적 회원관리를위해 조선시대 암행어사가 차고 다니던「마패」비슷하게 생긴 메달을 만들었다.
***「마패」들고 설쳐대 X씨는 이에대해『핵심요원들에게 나눠준 메달인데 수천개는 될 겁니다.다른 뜻이 있어서가 아니라 핵심요원들의 소속감과 사명감을 불어넣기 위한 아이디어였죠』라고 설명했다.
마패는 지름 10㎝정도의 구리빛 메달로 앞면에는 盧泰愚후보의얼굴이 양각돼 있고,뒷면에는 월계수 문양과 함께「꿈도 희망도 盧泰愚와 함께」라는 등의 구호가 새겨져 있다.
당시 지방자치단체장이었던 E씨는「마패」를 들고 설친 월계수회원을 기억했다.
대선 직후 어느날 E씨가 공관에서 잠을 청하고 있던 밤늦은 시각,누군가 전화를 걸어왔다.전화의 주인공은 다짜고짜『나 ○○○인데 지금 이리로 나오시오』라고 위압적으로 나왔다.그는 알코올냄새가 묻어나는 수상한 목소리의 주인공을 알 수 없었다.일부러 수화기를 들고 통화를 길게 끌면서 비서에게 발신처를 확인케했다.다음날 확인해 보니 월계수 회원이란 사람이 술자리에서 마패를 내보이며 자랑하다가 마패의 위력(?)을 좌중에 과시하기 위해 지역에서 가장 높은 기관장을『 당장 이리로 불러내겠다』고만용을 부렸다는 것이다.
선거과정에서 사조직의 역할에 대한 평가는 엇갈릴 수 있다.중요한 것은 대권을 잡게된 대통령당선자의 평가다.盧당선자는 선거승리 후 사조직「월계수」의 공로를 절대적 勝因으로 평가했다.이같은 평가에서 사조직의 리더였던 朴哲彦이 황태자로 자리를 굳히는 것은 당연한 논공행상이다.
盧당선자는 선거판의 임시조직으로 수명을 다했어야 할 사조직을대통령 취임후까지 정치적으로 활용코자 했기에「해산」대신「존속」을 허용했다.절대권력자의 사조직은 당연히 정치판의 공룡으로 이상비대해 간다.
어쨌든 황태자 朴哲彦은 절대권력자의 절대적 신임과 월계수라는공룡의 힘까지 겸비한채 새로운 공화국을 사실상 리드해 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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