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에 유산안주기 운동(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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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패륜범행은 충격만 가져다준 것이 아니라 가정과 학교·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깊이 되새겨보게 하는 좋은 계기도 마련해 주었다. 이번 사건을 통해 우리들 모두가 그런 각 부문의 문제점들에 대해 뚜렷한 인식을 갖고 그 해결에 나선다면 화가 오히려 복이 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자식에게 유산안물려주기 운동」이 새롭게 사회적 주목을 끌고 있는 것도 이번 사건이 가져다준 사회적 각성의 한 표현일 것이다. 자식이 잘 되기를 바라는 것은 누구나 갖고 있는 본능적인 심정이다. 그래서 거의 모든 부모들은 행복한 삶의 한 조건인 물질적 여유를 자식에게 제공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보듯 물질적인 여유가 반드시 행복한 삶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유산은 당연히 자식에게 주는 것이란 우리들의 고정관념은 재검토되어야 한다.
비단 유산문제뿐 아니라 우리들의 자식사랑이나 자녀교육은 너무도 자기 중심적이며 이기적이다. 그에 따라 자식에게 거는 기대도 너무나 크다. 공부문제만해도 그렇다. 우리 부모들은 무조건 자기 자녀가 공부를 잘 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모두가 다 공부를 잘 할 수는 없다. 사람마다 능력과 적성이 다르게 마련이다. 그럼에도 자식에게 요구하는게 한결같이 그저 공부이다보면 결국 대다수의 자녀들은 열등감을 갖게 되고 만다. 다른 방면으로 충분히 뻗어나갈 수 있었던 아이를 부모의 그릇된 기대가 망쳐놓게 되는 것이다.
학력을 중시하는 사회에서 부모나 자녀에게 공부를 강조하는건 일면 당연하다 할 수 있다. 그러나 사회가 요구하는건 학력만은 아니다. 올바른 인간이기를 함께 요구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부모들은 공부 열심히 하기를 요구하는 것만큼 올바른 인간이 되기를 요구하고 있는 것일까. 아마도 대답은 부정적일 것이다.
올바른 가치관,바람직한 도덕성이 저절로 배양되는 것은 아니다. 어릴 때부터 생활속에서 기회가 닿는대로 반복적으로 가르치고 일깨워주어야 한다. 아울러 자녀들이 보고 배울 수 있도록 행동하기도 해야 한다.
그러고보면 자녀를 올바로 키우고 가르치는 일도 좋은 학교에 진학시키는 일 이상으로 많은 노력이 드는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우리들은 그러한 노력에 너무도 등한히 했던 것이 아닌가. 그저 잘 먹이고 잘 입히고 공부 잘하게만 하면 올바른 인간은 저절로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 이번 사건은 그런 우리들의 안이한 생각에 대한 깊은 반성을 요구하고 있다.
학교교육에도,사회에도 문제가 많다. 그러나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가정에서의 인성교육·윤리교육을 복원하고 강화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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