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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이 이불 속까지 들어와선 안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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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울 북부지법 형사2단독 도진기 판사는 간통죄를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한 형법 제241조에 대해 직권으로 위헌심판을 제청했다고 9일 밝혔다. "헌법상 보장된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했으며, 법이 이불 속까지 들어와서는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중앙sunday 9월 9일자 1면.사진>

도 판사는 유부남인 40대 직장인 J씨와 30대 미혼 여성 K씨가 네 차례에 걸쳐 성관계를 가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건을 심리하던 중 위헌제청을 결정했다. 그는 결정문에서 "헌법상 개인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은 성행위 여부와 상대방.시간.장소 등을 선택할 '성적 자기결정권'을 포함한다"며 "민사적.도덕적 책임에 그치는 간통을 범죄화한다는 것은 위헌 소지가 짙고 입법 재량의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성교 전) 애정관계는 문제 삼지 않다가 성교 행위 순간부터 국가권력이 개입해 처벌하겠다는 것은 성행위에 지나친 비중을 두는 구시대적 관념"이라고 지적했다. 도 판사는 "최근 1년간 간통죄에 관한 판결을 분석한 결과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된 경우가 6%도 채 안 된다"며 "간통죄는 터키나 우간다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폐지되는 '수명이 다한 법' "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1990, 1993, 2001년에도 간통죄가 위헌이라는 위헌심판 제청과 헌법소원이 제기됐으나 헌재는 잇따라 합헌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2001년 헌법소원 심판에선 "세계적인 폐지 추세와 사생활 개입 논란을 고려할 때 폐지 여부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요구된다"며 국회 차원의 검토 필요성을 제기했다. 대통합민주신당 염동연 의원을 포함한 국회의원 10명은 2005년 간통죄 조항을 삭제한 형법 개정안을 제출했으며,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천인성 기자

◆간통=형법 241조는 '배우자가 있는 자가 간통할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배우자의 고소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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