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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산업을 많이 만들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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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한국에는 어떤 전략산업이 있는가? 가장 중요한 전략산업 중 하나는 방위산업이다. 한국은 미국·중국·러시아·일본이란 4대 강국 속에서 살고 있으며 남북한이 대치 상태에 있기 때문에 방위산업은 극히 중요하다. 또한 많이 발전했기 때문에 수출산업으로 육성할 수도 있다. 강대국 사이에 위치한 스위스나 싱가포르처럼 국방과 안보는 한국에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경제전쟁 곧 ‘쩐의 전쟁’ 시대를 맞이해 주력해야 할 전략산업은 금융산업이다. 한국의 제조업은 이제 일류 선진국과 경쟁하는 수준에 올라섰지만 금융 분야는 여전히 약세다.

이 때문에 많은 돈을 외국인에게 빼앗기고 있다. 특히 은행이 약하다. 미국 경제지 포춘이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 중 은행은 60개인데, 그중 한국 것은 국민은행 하나로 46위다.

금산 분리 원칙을 고수하다 보면 금융이 외국인에 의해 좌우되기 쉽다. 더 이상 소액 투자자들이 증시에서 외국인 손에 휘둘리지 않게 하려면 금융산업을 튼튼히 해야 한다. 싱가포르와 중국은 국영투자회사를 직접 운영하는 등 금융전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금융의 대가 프레더릭 미슈킨은 다가오는 제3의 세계화는 금융의 세계화라고 했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금융산업의 발전이 절실하다.

지금은 지식기반 사회다. 경영학의 시조 피터 드러커가 말했듯이 지식사회는 대학과 싱크탱크가 중심이 되는 사회다. 그런데 우리 대학들은 내신 반영률 통일이나 평준화 같은 일에 힘을 지나치게 낭비하고 있다. 세계 3대 조선회사가 모두 한국 기업이듯, 한국의 대학들이 세계 3대 대학의 반열에 오른다면 세계무대에서 활동하는 인재를 우리가 육성하는 것이 된다. 대학교육 규제를 철폐하고 세계 일류대학 육성에 전력했으면 한다. 세계 중심국가가 되는 길은 바로 이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세계 최강국 미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싱크탱크가 많기로 유명하다. 스위스는 글로벌 경쟁력 연구의 세계 2대 기관인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과 세계경제포럼(WEF)을 가지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은 경제위기 이후 기업그룹을 해체하면서 민간 싱크탱크도 많이 해체했다. 지금도 총액출자, 순환출자 금지, 반재벌 정서 등으로 기업그룹들이 싱크탱크를 육성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국책연구소도 경제위기 이후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다양화 시대를 맞아 앞으로 자율 운영을 확대할 수 있게 개편했으면 한다. 특히 민간 싱크탱크를 많이 육성해 국가 비전·전략 등을 잘 수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더 이상 정권이 바뀔 때마다 아마추어들이 나타나 이런 일을 하게 해서는 안 된다.

고령화 사회에는 보건의료산업이, 그리고 소득이 증가하고 세계화가 이뤄지는 시대에는 관광산업·스포츠산업도 성장산업이 될 수 있다. 미국의 햄버거·콜라·커피처럼 음식산업도 마찬가지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산업성과센터 수전 버거 교수팀은 세계 500대 기업을 인터뷰해 연구한 결과 앞으로 거의 모든 산업이 성장산업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사양산업은 없다는 것이다.

한국은 앞으로 이런 산업을 모두 전략산업으로 만들 수 있다. 특히 한·중·일 3국의 경제가 하나로 통합돼 간다는 사실을 놓고 보면 더욱 그러하다. 사실 조선·철강 등 많은 굴뚝산업도 이미 성장산업이 되고 있다. 우리 건설업도 세계시장에서 성장산업이 될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 3개 모두를 건설하는 데 참여한 회사는 한국 기업, 삼성이다. 앞으로 한국이 더 많은 산업을 전략산업으로 발전시켜 일류 선진국으로 뻗어 나갔으면 한다.

송병락 서울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