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설 전철 왜 사고연발인가(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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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 1일 개통된 과천선 전철이 운행을 시작하자마자 연사흘간 계속해서 정차사고를 내고 있다. 이로인한 이웃시민들의 시간적 손실도 손실이려니와 이래서는 대형사고의 염려 때문에 타는 것부터 겁이 날 지경이다.
새 노선을 개통하려면,게다가 새 전동차까지 투입하는 마당이라면 마땅히 충분한 시험운행을 거쳐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관계당국 종사자들에 따르면 개통날짜를 맞추느라 적어도 한달간의 기간이 필요한 시험운행을 하지 않은채 바로 운행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그러니 현재 모든 것이 모르모트가 돼있는 셈이다.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추정되는 전동차의 결함이 운행하고 나서야 드러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새로 전동차 납품을 받았다면 당연히 사전에 면밀한 검사를 했어야 할 일이 아닌가. 정말 꼼꼼히 챙겨야 할 것은 대충대충 처리해버리고,그저 날짜 맞추기에만 급급했던 안이하고 형식적인 행정이 오늘의 결과를 낳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런 결과에 대해서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 매번 이런저런 변명과 이유로 그냥 넘어가 버리고마니 개선이 되지 않는다. 전동차는 왜 사전에 철저히 검사를 안했는지,시험운행도 않고 개통을 서두른 이유는 무엇인지,새 전동차 도입은 왜 제때에 못해 「지옥철」을 만들었는지를 가려내고 그 하나하나에 대한 원인과 책임소재를 명확히 해야 한다. 그래야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은 전동차 결함이나 시험운행 기간의 부족,혹은 시설미비 등에 있을지 모르나 근본적인 원인은 지하철 및 전출운행체계가 이원화되어 있는데 있다고 본다. 동일 노선을 두 노막 내서 시내구간은 서울지하철공사가,시외구간은 철도청이 맡아 운행하고 전기방식도 직류과 교류로 이원화되어 있기 때문에 문제가 복잡해지는 것이다.
시민의 입장에서 볼때는 한 노선일뿐인데 이렇게 운영체계도,방식도 두 가닥인 것은 순전히 부처이기주의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직류·교류 겸용 전동차를 써야 해 돈은 돈대로 더 들고,사고의 위험성은 단일체계 및 방식보다 훨씬 더 커지고 있다. 직·교류가 전환되는 구간엔 일시 사구간이 생기고 신호방식도 서울시내에선 차내 신호로,서울시 밖에선 외부 신호등으로 하기 때문에 운전자가 자칫하면 실수를 하기 쉽다는 주장은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앞으로 서울시와 외곽을 잇는 지하철 및 전철망은 갈수록 늘어날텐데 언제까지 이런 이원화 운행체계와 방식을 유지할 것인가. 정부는 이번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에 대한 규명도 해야겠지만 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 오랜 말썽의 근원인 이원화문제에 대한 단안을 내려야 한다. 문제해결의 방향은 간단하다. 어느쪽이 시민에게 편리하고 안전하냐 하는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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