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수업계 춘추전국 시대-10여개사 시장 참여 물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보사부의 생수 시판 허용에 따라 국민이 마시는 식수도 차별화가 이루어지게 됐다.생수는 지금까지 국내에서 실제 대량 판매되긴 했으나 어디까지나 음성적인 거래였던 것이 정부의 시판 허용에 따라 식수가 수돗물과 상품화된 생수로 크게 나 뉘게 됐다.
이에따라 컬러TV에 비견되는「물 개방」이 이어지면서 국내에도식수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돼 국민 소비생활에 일대 변혁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생수시장에 대기업체 참여가 본격화하고 외국 생수마저 수입돼「물 시장」규모가 확대되면서 그만큼 소비도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번 생수 시판 허용은 그러나 관련 법규 마련등 대책이 소홀한 가운데 급작스레 이루어져 갖가지 부작용이 일고 있다.
벌써부터 일부 기업등이 무분별하게 생수 생산에 뛰어들어 과당경쟁 시비가 일고있는가 하면 무허업자들도 지하수 개발에 혈안이돼 지하수 오염은 물론 자연환경 훼손까지 우려되고 있는 실정이다. 주무부서인 보사부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보사행정의 걸림돌인 생수문제를 큰 부담없이 자연스럽게 해결했다는 분위기다.그러나 보사부의 이번 조치는 지하수 고갈.자연 파괴등 후유증에 대한 제도적 방지 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어 이에대한 대책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소리가 높다.
◇문제점=생수 시판과 관련해 소비자들이 갖는 가장 큰 관심은과연 생수가 믿고 마실만한가 하는 점이다.합법적인 생수시대를 맞았지만 소비자들의 불안은 여전하다.
그동안 허가업체의 제품이라도 깨끗한 물이라는 검증을 받지 않은채 불법으로 대량 유통돼 왔기 때문이다.
보사부에 따르면 14개 허가업체 가운데 지난해 한햇동안 진로종합식품.풀무원샘물.산수음료등 7개업체가 2~3차례씩 일반세균등이 수돗물 수질기준 이상으로 나타나 과징금 처분을 받은「전과」가 있다.
두차례 이상 수질기준 위반으로 적발될 경우 품목제조정지 처분하도록 되어 있으나 행정처분 집행기관인 각 시.도는 지금까지 이를 모두 과징금 징수로 대체,소비자가 세균에 오염된 생수를 그대로 사 마시도록 방치해왔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 다.
한국수도연구소가 최근 국내 5개 생수회사 제품을 조사한 결과가정용으로 많이 사용되는 18.9ℓ용량 광천음료수는 섭씨 3~18도의 상온에서 처음엔 이상이 없으나 5일이상 지나면 세균이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중 4개업체 제품은 10일후엔 허용기준을 5배이상 초과해「세균 배양기」가 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이와함께「물이 좋다」는 소문이 난 곳이면 마구 시추공을 뚫어지하수 오염이 가속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특히 시판 허용 이후 기존업체가 시설을 확장하고 대기업체들도 생수시장에 뛰어들고 있어 공공자원인 지하수 고갈현상도 걱정거리다 .
「물의 고장」으로 이름난 충북청원군북일면초정리의 경우 유.무허가 업체들이 몰려 마구 지하수를 퍼내는 바람에 종전엔 지하 10m만 파면 솟아오르던 물이 이제 지하 1백m에서도 수맥을 찾기 어려운 상태라는 주민들의 설명이다.
초정리일대에 있는 2백여개의 시추공중 절반이상이 폐쇄된채 방치되는 바람에 일부 폐공으로 생활하수등이 스며들어 지하수맥의 오염마저 우려되고 있는 실정이다.
각종 용수의 90%이상을 지하수에 의존하고 있는 제주도는 이미 지하수 오염문제가 심각한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후속 대책=보사부가 생수시판을 허용하면서 발표한 후속 조치에서 가장 주목을 끈 대목은 대중광고를 전면 금지한 부분이다.
시판은 자유화했으나 판로 확장을 위한 상업광고 행위는 못하게한 것이다.이같은 방침은 생수 광고가 자칫 국민의 위화감을 조성하고 수돗물을 중심으로한 정부의 맑은 물 공급정책에 혼선을 가져올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특히 보사부는 국민의위화감을 우려해 수돗물 개선사업에 생수 판매액의 일정부분을 징수,투자하는 수질개선 부담금제를 도입하기로 해 생수업체들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부는 이와함께 생수의 수질및 규격 기준등이 포함될 음용수관리법이 제정되기 전까지 전국적으로 지하수 개발사태를 파악,무허가 시추에 대해선 산림법.자연공원법등을 엄격히 적용해 처벌하기로 했다.
보사부가 마련,입법예고중인 생수의 수질기준은 현재 수돗물에 적용되고 있는 37개 항목중 트리할로메탄은 제외하고 잔류염소 경도를 포함시켜 38개 항목으로 정했다.트리할로메탄은 수돗물을소독할때 생기는 성분이므로 소독을 허용하지 않는 생수에선 검사가 불필요하다는 보사부 관계자의 설명이다.특히 생수의 수질기준은 납검출 허용량을 수돗물의 ℓ당 0.1㎎보다 강화된 0.05㎎으로 정하는등 대장균.세제.탁도.일반세균등 6개 항목에서 수돗물보다 기준을 강화했다.
기준을 강화하는 동시에 그동안 1년에 한번씩 의무적으로 실시하던 생수에 대한 수질검사를 네번씩으로 늘렸다.
보사부 관계자는『생수에 대한 수질검사는 그동안 각 시.도 산하 보건환경연구원이 맡았으나 생수 관련 업무가 환경처로 이관될경우 수질검사 기관도 일원화돼 보다 강도높은 감시.감독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諸廷甲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