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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맥주 섞어 만든 퓨전 술 미국서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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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황금색 맥주에선 백포도주 샤도네이와 비슷한 맛이 나고, 흑맥주에선 포트 와인(포르투갈 포르투 지방에서 주로 생산되는 달콤한 고알코올 포도주) 맛이 난다. 맥주인지 포도주인지 헷갈리는 새 '하이브리드(혼혈 또는 합성)' 주종이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의 소규모 맥주 양조공장들이 대기업 맥주나 와인과 경쟁하기 위해 이런 독특한 술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WSJ) 주말판이 24일 보도했다.

델라웨어주에 있는 도그 피시 헤드크래프트 양조장은 최근 오렌지 껍질과 피노 누아(포도주를 만드는 데 쓰이는 포도 품종의 하나) 포도즙을 넣은 '레드&화이트' 맥주를 출시했다. 메인주의 알라가시 양조장은 샹셀러 품종 포도의 즙을 넣고 만든 맥주 원료를 적포도주 이스트로 발효한다. 와인을 숙성시켰던 오크통에서 최고 2년 반 동안 묵힌 맥주를 여러 종류 개발해 파는 캘리포니아의 양조장 러시안 리버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술들은 보리와 호프를 발효해 만드는 데다 거품이 나고 탄산이 있다는 점에서 맥주로 분류된다. 하지만 과일 향이 강하고 보통 맥주보다 2~3배 높은 10~20%의 알코올 도수를 지닌 점은 와인과 흡사하다.

게다가 일부는 와인처럼 750ml 병에 넣어 코르크로 막아 판매한다. 병도 포도주와 닮은 것이다. 맥주처럼 차게 마시는 게 아니라 와인처럼 섭씨 10~15도에서 보관하다가 마셔야 한다는 점도 와인에 가깝다. 맥주와 포도주의 장점을 결합한 퓨전 술인 셈이다.

미국 맥주 양조장협회 폴 가차 회장은 "과거에는 소규모 양조장들이 씁쓸한 맛이 더 강한 전통 맥주를 만드는 데 치중했다"며 "하지만 새로운 유행은 와인스러운 맥주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규모 양조장이 입소문이 날 만한 '와인스러운 맥주' 하나를 만들어 내면 일반 맥주보다 마진도 좋고 고급 이미지를 낼 수 있게 된다.

'와인 같은 맥주'에 대한 미국인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이도 저도 아닌 술이라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특이하고 고급스럽다며 선호하는 매니어 층도 형성되고 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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