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범인추적하다 전신주 들이받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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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결혼 3주년인 13일 무슨일이 있어도 애들과 함께 외식을 하기로 약속해놓고선 이게 무슨 날벼락이오.영민아빠…』 10일 오전 순직경찰관의 영결식이 거행되고 있는 광주남부경찰서 청사 운동장. 특수강도.강간범으로 수배를 받고 있는 흉악범을 검거하기 위해 범인이 숨어 있다는 장소로 승용차를 타고 추적하던중 전신주를 들이받아 순직한 이 경찰서 형사계소속 曺碩完순경(33)의 부인 金순화씨(31)는「졸지에 숨진」남편의 시신앞에 서 넋을 잃고 있었다.
曺순경은 7일 오후5시쯤 전남무안군해제면용학리 용학교회앞 커브길에서 동료 金勝坤경장(36.중태)이 몰던 에스페로승용차에 탑승,부녀자들만 골라 강도.강간을 일삼은 가정파괴범 許성진씨(26.전과4범)를 쫓다 불의의 교통사고로 숨진 것 .
싸늘한 남편의 시신을 놓고 세살바기 영민이와 돌도 채안된 영득이를 품안에 안은 金씨는 가난했으나 행복했던 시절과 앞으로 헤쳐나가야할 세상을 생각하며 오열을 멈추지 못했다.
『가진 것은 없지만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경찰이 되고자 했던아빠가 그저 무럭무럭 자라는 두아들의 재롱을 보람으로 삼았었는데….』 울다가 지쳐버린 金씨의 넋두리에 영결식장에 모인 동료경찰.내빈들도 모두 눈시울을 적셨다.
이날 식장에 참석한 동료경찰관들은 한결같이『든든한 체격만큼이나 정많고 책임감이 강했던 曺순경의 빈자리가 너무 커 보인다』며『曺순경이 놓친 범인을 기필코 붙잡겠다』고 맹세했다.
수당등을 합쳐 월60만원의 박봉에도 직무를 성실히 수행해온 曺순경은 2천만원짜리 전세방,그리고 사랑하는 아내와 두아들을 남긴채 대전 국립묘지로 떠나고 말았고 이를 지켜보는 유가족.내빈들의 가슴은 겨울날씨보다 더 시릴뿐이었다.
[光 州=具斗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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