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새해 새각오 다지는 김시중 과기처장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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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94년은 세계과학기술大戰이 본격화된 해로 기록될 듯하다.지난연말 우루과이라운드(UR)타결로 노골화된 이 총칼없는 전쟁은 다가올 그린라운드(GR),테크놀러지라운드(TR)등을 거치면서 날로 격화될 조짐이다.국가의 운명이 이른바 이「 라운드 大戰」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우리는 급박한 상황에 와있는것이다.이 모든 싸움에서 이기느냐,지고 말 것이냐는 결국 과학기술력의 우열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과학기술전쟁에 대비해 전열을 정비하고 있는 과학기술의 총사령 탑 金始中과기처장관을 辛鍾午과학부장이 지난해 12월30일 과천청사 집무실에서 만나 새해각오를 들어봤다.
-UR에 이어 GR.TR 등의 등장으로 선진국들이 환경을 무기로 무역을 규제하고,또 개도국의 기술개발 여건등이 크게 악화될 것 같습니다.이에 대한 대비책은 서있습니까.
▲우리의 연구개발능력을 선진국 수준으로 조속히 향상시켜나가는것이 급선무입니다.국제경쟁력이 있는 과학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각국 전략 육성산업과 연계해 공동연구를 수행하고 국내 연구기관의 해외진출및 외국연구소. 학자의 국내 유치를 적극 추진해나갈계획입니다.GR에 대비해 국제환경협약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항을이행하는데 차질이 없도록 대체물질및 대체 에너지 개발을 집중 지원하고 장기적으로는「환경친화적이고 지속가능한 기술(EEST)」을 개발하는 체제로 정책을 전환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과학기술의 국제화와 개방화를 얘기하지만 국내 대학.연구소.
기업체간 개방이 먼저 이뤄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주 고질적인 병폐를 지적해 주셨습니다.우리나라의 대표적 과학집단인 대덕연구단지내에 많은 연구소가 있지만 바로 옆의 연구소에서 속된 말로 누가 죽어도 모를만큼 서로에게 관심이 없습니다.學.硏.産이 힘을 모아 협동연구를 해도 선진 국을 따라갈까 말까 한데 이래서는 안될 것입니다.연구소가 문을 활짝 열고기업을 기다리고 안오면 찾아나서야 합니다.
지난해 2월 취임 이래 제가 36개 기업의 연구소를 방문해 2천여명의 연구원과 대화하고 틈만 나면 대덕의 출연연구기관에 내려간 것도 협동연구를 독려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개혁 얘기가 나올 때마다 출연 연구소의 경우 생산성 향상이라는 명분으로 나이 많은 사람이 그 표적이 되곤 했습니다.옥석을 가릴 필요가 있지 않겠습니까.
▲나이가 들었을지라도 연구 의욕이 왕성한 사람은 연구위원등 정식직급으로 우대할 것입니다.또 이런 분들은 외국 연구소 등에파견해 첨단 연구동향등을 파악하게 할 수도 있을 것이고 적절한교육프로그램에 투입,활용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
-우리 연구소의 큰 문제중 하나가 연구소와 연구원들이 자신의역할을 제대로 모르고 있다는 것입니다.산업기술에 치중하라고 했다가 원천기술쪽으로 방향을 바꾸라는등 정책의 일관성이 없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 아닙니까.
▲우리 연구소가 제 역할을 못찾고 우왕좌왕하는 일은 앞으로 없어야겠습니다.과기처 산하 18개 연구소에 방울을 달아놓고 장관이 흔들면 한결같이『도,도,도…』소리만 나는 것이 현실이었습니다.연구기관이 나름의 역할을 찾아 전문화되면『레 .미.솔…』소리도 나와야 하는 것 아닙니까.인사관리.급여.인센티브 등 모두를 자율성있게 운영하라고 했습니다.제가 지시한 것은 80%는전문화하고 20%는 기업에 대한 서비스에 신경을 쓰라는 원칙적인 내용 뿐입니다.단 자율성은 보장하 지만 매년 연구기관평가만은 가혹하게 할 것입니다.경쟁력이 없고 제 역할을 못하는 연구소는 축소 또는 폐지를 유도할 것입니다.처내의 연구조정관을 적극 활용할 것입니다.
-취임 초부터 줄곧 강조해온 미디엄테크 전략은 반론도 많았는데 잘 추진되고 있습니까.
▲신경제 5개년 계획에 따라 지난해 자동차용 고기능 핵심부품등 17개 과제에 약 60억원을 투입한 바 있습니다.올해는 본격적인 사업추진을 위해 學.硏.産 전문가들로 기획단을 구성해 이미 발굴된 10대 사업별로 조사사업을 추진하겠습 니다.
-대통령의 과학기술에 대한 마인드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그렇지못한 것같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과학기술만 있으면 잘살 수 있는데…』하며 대통령이 독백처럼 되뇌는 소리를 몇번 들은 적이 있을 정도로 대통령의 의지는확고하다고 생각합니다.기회있을 때마다 더욱 강조하겠습니다.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부지 확보가 수년째 지지부진을 면치못하고 있는데….
▲국민의 신뢰없이는 처분장 사업을 추진할 수 없습니다.과거 폐기물 처분장과 관련해 정책이 미흡한 점도 없지 않았습니다.그래서 이 문제 해결을 위해 현실적인 방향으로 정책을 잡았습니다.과거처럼 부지 1백50만평 모두를 집이고 뭐고 다 뜯어내는 방향으로 하지 않고 그중 30만평만을 실제 처분장으로 사용하고나머지는 가칭「원자력 산업단지」로 만들어 관계업체.근무자들을 입주시켜 아주 깨끗한 신형도시를 만들 생각입니다.또 후보지다,뭐다 해서 일방 발표하는 형식을 지양하고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유치신청을 하도록 하겠습니다.부지조건도 전처럼 꼭 산이 있어야한다는 식으로 고집하지는 않을 것입니다.지난해에 관련법도 제정됐으니만큼 올 상반기에는 좋은 소식이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올 한해 과학기술의 발전과 관련,특히 역점을 둘 사업 분야는 무엇입니까.
▲국책사업으로「고급과학기술인력양성」프로그램을 만들어 뛰어난 젊은 과학자 40여명을 뽑아 완전 국비로 세계 최고의 연구소.
석학 밑에 2년간 유학을 시킬 계획입니다.이런 사람들이 장차 우리 과학기술계를 이끌어갈 씨앗이 될 것입니다.그 리고 외국인대상의 박사후 연수생을 받아들이겠습니다.연구소에 왜 얼굴 노란사람만 있어야 합니까.외국인과 경쟁하는 분위기에서 훌륭한 연구결실이 나오리라 봅니다.우선 올해는 중국 15명등 35명을 받고 차차로 늘릴 생각입니다.
이밖에 앞서 말씀드린 것외에「기초과학 연구진흥 종합계획」과 2010년을 향한「과학기술발전 장기계획」을 수립하고 협동연구제도를 정착시켜 나가겠습니다.공대교수들의 산업현장 실습제도를 확대하고 약 3백개의 전문기술분야별 연구회가 자생적 으로 설립될수 있도록 지원하겠습니다.
〈정리=金昶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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