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민시대의 공영방송체제(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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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문민시대의 공영방송은 어떤 모습을 갖춰야 하느냐로 열띤 논의가 한창이다. 공영방송발전연구위원회(약칭 공발연)가 1차 보고서를 냈고,이 보고서를 중심으로 두차례의 공청회가 열리면서 새 방송의 위상정립이 현안으로 등장했다.
공발연의 보고서는 새정부의 방송정책을 가늠하는 1차적 방안이라고 보기 때문에 향후의 방송 위상에 커다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때문에 우리는 문민시대의 방송위상이 어떤 모습이어야 할 것인지에 대해 몇가지 원칙을 제시코자 한다.
권위주의시절의 방송이 정부 홍보를 책임지는 하수인 역할을 했다면 문민시대의 방송은 이로부터 과감한 탈출을 해야 하고,그 변신의 자세가 제도적으로 보장돼야 한다. 이를 위해선 공영방송의 운영과 경영권이 새로운 위상으로 전환돼야 할 것이다. 보고서는 현재의 KBS 이사회 대신에 일본이나 영국의 공영방송이 채택하고 있는 경영위원회의 도입을 권하고 있다. 전문성과 직능별 대표성을 지닌 경영위원회 권한이 강화되면서 사장의 권한은 약화된다. 경영위원은 방송위원회가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행정부의 개입을 줄이겠다는 방안이다. 이 방안은 정부의 개입도는 줄이되 방송위원회의 권한은 대폭 강화하는 측면이 있어 방송위의 새로운 위상변화도 차제에 함께 논의돼야 할 것이다.
두번째 큰 원칙은 공영방송의 상업화와 저질화를 어떻게 막느냐에 있다. 상업화·저질화는 공영방송이 본래의 자기 위상을 망각하고 시청률 경쟁에 뛰어들면서 파생되는 부작용이다. 왜 시청률 경쟁이 생기는가. 결국은 광고와 깊은 연관이 있다. 많은 광고와 큰 수익을 올려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방송의 상업화와 저질화를 촉발하는 요인이라면,특히 KBS와 같은 공영방송은 장기적으로 광고 방송을 폐지하는게 마땅하다. 공발연이 제시하고 있듯 장기적으로는 수신료 위주의 경영으로 나아가야 하고 단계적으로 협찬광고를 허용하는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끝으로 중요한 원칙은 공영방송의 프로그램 수준을 향상시키면서 공영이 민방과의 채널 차별화를 어떻게 가져가야 하느냐에 있을 것이다. 현행 KBS의 두채널은 기간방송과 연예오락 방송으로 차별화되면서,특히 2TV의 경우 공영방송으로서의 아무런 의미를 찾을 수 없을만큼 상업방송과의 차별화가 없다. 때로는 민방의 상업성과 저질성을 능가할 때도 있다. 바로 이 점에서 공발연 보고서가 제시한 2TV의 문화예술분야의 고급채널화 방안도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결국 문민시대의 공영방송이란 경영의 자율성이 보장되고,상업화에 연연하지 않을 만큼의 재원이 확보돼야 하며,그에 따라 건전한 프로그램이 제작돼야 한다는 원칙에서 출발하게 된다. 문제는 이 원칙을 어떻게 현실화하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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