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확산,심각한 대처를(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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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마약범죄가 급증하고 있고 상용자의 범위도 특정계층에서 일반인으로 점차 확산되는 추세를 나타내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다. 지난 10월말 현재 수사당국에 적발된 마약사범이 건수로만 보아도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아편이나 헤로인 같은 자연산 마약에 관련된 사범이 3.5배,히로뽕 같은 향정신성 마약이 2배 가량이나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마약사용자의 계층별 분포도 주로 무직자와 유흥업소 종사자로 한정되던 것이 연예인과 주부·학생·회사원·운전기사 등 일반인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마약종류가 과거에는 국내 생산품인 생아편이나 헤로인·대마초 같은 것이 주종을 이루었다. 그러나 최근들어서는 주로 대도시나 항구를 중심으로 히로뽕이나 코카인 같은 외국산 고단위 마약이 절반가량을 점하고 있다. 경제의 국제화 추세에 병행해 마약의 국제거래도 활발해진 셈이다. 과거에는 주로 동남아와 일본에서 들어와 한국을 거쳐 유럽지역으로 팔려가던 마약들이 최근엔 중국까지 원료공급원으로 가세하는 바람에 거래범위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
마약범죄는 크게 두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는 마약을 생산하거나 거래·알선하는 제조와 유통단계에 관련된 범죄이며,둘째는 마약을 직접 사용하는 최종 소비자로서의 자해적 범법행위다. 마약의 생산과 유통단계 범죄자들은 엄청나게 높은 수익성 때문에 갖은 위험을 무릎쓰고서도 국제적인 조직망을 움직이면서 암약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국제적인 마약범죄조직이 많이 적발되는 것은 그만큼 당국의 수사가 강화됐다는 반증이긴 하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단속의 취약지역으로 인식돼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자체 수사력은 물론 국제적인 수사공조체제를 긴밀히 해 철저한 마약단속이 요망된다.
다른 상품과 마찬가지로 마약 또한 수요가 있기 때문에 공급이 이에 따르는 것이다. 따라서 마약 수요를 없애도록 하는 것이 보다 근본적인 마약사범 근절책이다. 수요가 없으면 자연히 공급도 없어지고 유통도,생산도 소멸하게 마련이다.
마약의 수요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데는 사회적 안정과 국민 개개인의 윤리적 가치관 확립 등 기초적인 조건들로부터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매우 어려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에 앞서 마약사용자를 초기에 구조해내는 제도적 장치부터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그러려면 단순 마약사용자를 범법자로 치죄하기 이전에 우선 치료받아야할 환자라는 인식의 전환부터 필요하다. 현행 법규로는 의사에게 마약환자가 찾아오면 우선 경찰에 고발부터 해야되는 입장이다. 마약 초기환자를 환자로서 양성화해 처벌보다는 치료에 치중한다면 마약환자를 치료·재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마약범죄조직의 파악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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