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가 “술렁”/CATV 프로공급업체 스카우트 “열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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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PD등 필요인력 5백명 정도/교육방송 주타깃… 타격 클듯
12월말 유선방송국(CATV)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공보처의 심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8월 결정된 프로그램 공급업체들간에는 치열한 인력 스카우트전이 벌어지고 있다.
거액을 주고 기존 방송사의 제작간부를 제작책임자로 영입하는가 하면 실무자급 PD나 엔지니어를 상대로 한 스카우트전도 뜨겁다. 여기에 발맞춰 기존 방송사의 제작진 중에는 집단을 구성해 교섭을 벌이는 사례까지 등장하고 있다.
프로그램 공급업체는 규모는 작지만 기존의 방송국들이 쓰는 각 분야의 제작인력을 그대로 필요로 한다.
보도·영화·교양·스포츠 등 11개 분야의 프로그램 공급업체는 모두 20개. 이들 업체들이 필요로 하는 인력은 분야마다 약간씩의 차이는 있으나 80∼1백명선. 이중 절반정도가 상당한 경력을 요하는 PD와 엔지니어다.
현재 인력 충원작업을 진행중인 프로그램 공급업자들은 내년 하반기중엔 시설설비와 인력충원을 모두 끝내고 시험제작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인데 그러려면 최소한 제작진의 절반정도는 경력자가 필요하다는 것.
따라서 현재 기존 방송사에서 스카우트 대상이 되는 인원은 4백∼5백명 정도라는게 프로그램 공급업체들의 예상이다.
최근 이같은 인력채용에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업체들은 뉴스채널인 「연합 TV뉴스」를 비롯해 「뮤직 네트워크」(음악),「한국교육영상」(교육),「현대음향」(음악),국민체육진흥공단의 「KSTV」(스포츠),「제일방송」(오락) 등.
「뮤직 네트워크」는 일찌감치 전 KBS 제작주간 진필홍씨를,경쟁업체인 「현대음향」은 SBS 제작위원 조용호씨를 각각 제작책임자로 스카우트했다. 진필홍씨의 경우 3억원의 스카우트 비용이 들었다는 후문.
또 「한국교육영상」은 MBC PD 출신으로 독립프러덕션 파나비전 대표인 이석형씨를,국민체육진흥공단은 교육방송 이사인 양승원씨를 제작본부장으로 영입했다.
「제일방송」은 기존 방송 3사의 경력 10년이상 드라마 PD들을 대상으로 교섭을 진행하고 있으나 난항을 겪고 있는 반면 독립프러덕션·교육방송·방송국 퇴직자 등 자격미달의 지원자 이력서는 2백건 이상이나 접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 TV뉴스」는 지난 10월 모집공고를 내고 중앙 종합 일간지 및 방송사의 3년이상 경력기자 2백50명의 지원서를 받아놓은 상태. 타업체와 달리 스카우트 대상이 기자인 「연합TV 뉴스」는 지방지와 경제지로부터 자격제한을 했다고 항의받을 정도로 인력충원에 여유가 있는 편이다.
기존 방송사의 제작간부를 제작책임자로 영입한 공급업체들은 현재 이들을 앞세워 제작 실무자급 PD·엔지니어 스커우트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가장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방송사는 교육방송.
전통적으로 타방송사에 비해 이직률이 높은 교육방송은 전체 2백명의 PD중 스카우트대상이 되는 경력 5년이상자는 불과 20명에 불과하다. 이들중 상당수가 빠져나갈 경우 제작에 막대한 지장을 줄 것이라는게 교육방송측의 얘기.
프로그램 공급업체들이 제시하고 있는 봉급은 기존 KBS 임금을 웃도는 수준. 그러나 「뮤직네트워크」의 윤태옥 기획부장은 『경력자 스카우트의 경우는 명목상의 임금과 관계없이 어떤 방식으로든 전직장의 급료수준을 훨씬 웃돌게 될 것으로 본다』며 프로그램 공급업체들의 경력자 대우가 상당한 수준임을 시사했다.<남재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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