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엑스포의 마감(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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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전엑스포는 유치단계에서부터 필요성 논란이 있었지만 국민들에게 과학과 기술의 발전을 유감없이 보여준 성공적인 잔치였다. 물론 엑스포가 국내 산업과 연관 효과가 부족했다는 점이나 수출을 위해 별로 기여한바가 없지 않느냐는 지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 또한 외국에 홍보가 덜 되었고,다른 관광자원과 연결되어 외국인을 많이 불러들이지 못한 점도 아쉬운 점으로 남았다.
그러나 대전엑스포는 우리 국민들에게,특히 자라나는 어린 세대들에게는 앞으로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미래의 발전상을 뚜렷하게 보여주었다. 특히 비교적 짧은 준비기간에 큰 행사를 대과없이 치러냈다는 점에서 우리는 다시 한번 특유의 추진력을 보여주었다.
엑스포가 서울이 아닌 중부권 대전에서 열린 점도 큰 의의중의 하나였고,특히 우리 과학기술의 요람인 대덕연구단지와 이웃해서 개최된 것은 앞으로 이 지역사회의 발전 가능성과 과학입국에의 의지를 되새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당초 조직위원회측은 국민들의 호응이 없을 것을 염려했다. 그러나 대전은 역시 각 지역에서 모이기 좋은 장소였다. 게다가 평소 볼거리가 마땅치 않은 국민들의 예상외의 호응으로 무려 1천4백여만명이 관람한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성과이자 앞으로 이같은 국민 열기를 어떻게든 수렴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엑스포를 준비하면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대두된 것은 볼거리가 많아 사람들의 인기가 집중된 기업관들의 투자액중 상당액이 자재수입비로 외국으로 흘러나간 점이다. 다시 말해 기술의 발전상을 최첨단 영상기법으로 소개한 내용이 우리 것이 아닌 미국 등 선진국에서 수입한 것이라는 사실이다. 물론 기술이나 시설의 도입과정에서 우리 기업이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최첨단 장비를 새로 보유하게 된 학습효과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외화가득면에서 좀더 여유를 두고 준비했으면 수지개선을 꾀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조직위측은 직접 사업비만 보면 흑자를 내 결코 헛돈을 쓴 것은 아니라고 하나 엑스포를 치르기 위해 1조7천5백억원이 넘게 들었으니 결코 값이 싼 잔치는 아니었다. 물론 도로 등은 영구시설로 나중에도 도움이 되겠지만,그렇지 않아도 쓸데가 많은데 정부가 예산을 낭비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이나 기업에 수익성을 무시한채 강제로 참여케 한 측면 등은 되풀이 되어서는 안될 점들이다.
우리는 무리라고 여기면서도 짧은기간내에 엑스포와 같은 국제적인 행사를 끝내면서 다시 특유의 추진력에 자신감을 가질만하다. 그러나 무리를 무릅쓰고 강행하는 것만이 이제는 능사가 아니라는 점도 동시에 느껴야 할 것이다. 좀더 합리적으로 충분한 시간을 두고 일을 준비하고 치르는 방식도 이젠 좀 배우고 실천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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