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정>前대통령 측근 수난시대 유일한 無風 김정렴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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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80,90년대 한국정치사는 대통령측근들의 受難史이기도 하다.
朴正熙.全斗煥.盧泰愚대통령을 보필했던 주요 측근보좌관들 중에는「主君」만큼이나 불행과 辛苦를 겪은 이들이 많다.
全前대통령의「총신」張世東씨(경호실장.안기부장역임)가 5共의 업보에 눌려 두번째 옥살이를 겪고 있다.盧信永씨(5共 외무장관.안기부장.국무총리역임)는 지난 9월 국회증언대에 불려나왔다.
盧前대통령의 丁海昌씨(법무장관.비서실장역임)는 최근 해명하느라 마음고생이 적지않았다.
朴哲彦(정책보좌관.정무1장관역임.국회의원),金鍾仁(보사장관.
경제수석비서관역임.국회의원),金宗輝(외교안보수석비서관역임)씨등은 主君의 보호막이 걷히자 자신의 非行혐의가 드러나 교도소에 있거나 나라밖으로 도망가 있다.
멀게는 80년 朴前대통령의 金鍾泌(朴前대통령의 조카사위.국무총리역임),李厚洛(비서실장.정보부장역임),朴鐘圭(경호실장역임)씨등이 부정축재자로 몰렸다.李씨에게는 아직도 金大中씨 납치사건의 유령이 따라붙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각박한 권력무상의 세상에서 신기하리만큼 떨어져앉아있는 사람이 있다.다름아닌 金正濂前청와대비서실장(69)이다.그는 69년10월부터 78년12월까지 9년2개월간이나 朴대통령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했다.그의 「최장 수비서실장」기록은 쉽게 깨지지 않을 것 같다.
지금의 젊은 세대는 잘 모르겠지만 70년대 그는 진짜 實力者였다.金鍾泌.李厚洛.朴鐘圭.尹必鏞(수경사령관역임)씨등이 굴절을겪을 때도 그는 변함없이 朴대통령의 오른팔이었다.그의 방은 지금과 달리 朴대통령집무실 바로 위층에 있었다.
그래서 누구보다도 권력의 세파에 휩쓸릴 법도 한데 그는 世人이 잊을 정도로 조용히 지내왔다.
재임당시 식사는 꼭 대통령과 함께 아니면 혼자서 하고,간혹 외식을 하더라도 반드시 영수증을 챙기는등의 엄격한 자기관리 덕을 보고있다.
79년 10.26이후 그는 두가지 줄기를 生의 중심으로 삼았다한다.하나는 세상일에 침묵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朴대통령의조국근대화업적을 글로 써 남기는 일이다.궁금해하는 국민에 대해침묵하는 것은 논란과 問責의 소지가 많다.그러 나 그의 회고록작업은 많은 것이 들떠있는 요즘의 시대에 중요한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그는『세계는 아직도 朴대통령 시절에 이룩된 한강의 기적에 대해 궁금해하고 있다』고 말한다.그는 이 관심에 답하는 일에 정열을 쏟고있다.
잘 알려진대로 그는 7년간의 작업끝에 90년10월『한국경제정책30년史』라는 회고록을 펴냈다.朴대통령과 함께 추진했던 경제개발정책의 자취를 자세하게 기록한 것이다.
요즘 그는 보다 많은 세계인이 읽도록 이 책의 번역에 매달려있다. 이미 91년10월 그가 직접 번역한 日本語판(『한강의 기적과 朴대통령』)이 나왔다.지난 6월엔 中國 新華社통신의 新華출판사에서 중국어판(『한국경제 騰飛的 奧秘』)을 냈다.日本책은 7%인세를 받지만 中國 것은 책1백권만 받기로 했다 .
金前실장은 영문판에 특히 많은 기대를 걸고있다.金씨는 세계은행(IBRD)의 요청으로 번역작업을 직접 주관하고 있다.영문판도 인세는 없고 책만 3백권 받기로 했다.
번역은 캐나다에 머물고 있는 둘째 며느리 劉永蘭씨(39)가 맡고 있다.劉씨는 영어번역문학박사 학위를 갖고 있으며 노벨문학상에 추천되는 한국소설도 번역하고 있다.
전문적인 경제용어등을 점검하는 감수는 金씨와 3남 金俊經박사(KDI)가 담당하니 가족이 매달리는 셈이다.책은 내년초 나올예정이다.
金씨는 中國경제학자.관리들에게도 경제개발의 성공담을 들려준 적이 여러차례 있다.
金씨는 다른 일에 대해선 고집스럽게 침묵하고 있다.유신정치나5共.6共.金泳三대통령정부에 대해서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TV.월간지등의 인터뷰요청을 모두 거절했다.『왜 침묵하느냐』는 질문에 金씨는 이렇게 답했다.『논쟁에 휘말리고 싶 지않다.내가 증언한다고 세상이 논쟁을 그만두겠느냐.』 그는 경제회고록에서도몇가지 정치부분은 이미 설명했고 나머지 정치秘事에 관해선 내년부터「정치회고록」을 쓰겠다고 했다.
『납치의 최고명령자는 朴대통령이다.朴대통령은 金炯旭도 없앴다』(金大中씨 新東亞誌 인터뷰).『朴대통령이 金炯旭을 납치해와 청와대 지하실에서 쏴 죽였을 수도 있다』(TV 다큐멘터리 프로)…. 金前실장은 이런 주장들에 대해 너무나도 어처구니 없다는표정이다.
『70년 鄭仁淑여인이 죽자 그 여자가 朴대통령의 아이를 낳았다는등 얼마나 뜬 소문이 많았습니까.지금 진실은 다 밝혀졌잖아요.金大中씨 납치사건도 마찬가지가 될겁니다.내 회고록을 보세요.』 ***實名制 살짝언급 그가 쓴 경제회고록에는 朴대통령도 외신보도를 통해 그 사건을 알았다고 적혀있다.『朴대통령이 나중에라도 정보부 소행이라는 걸 알았을것 아니냐』는 물음에 그는『지금은 아무말도 않겠다』고 했다.그에 따르면 全斗煥.盧泰愚前대통령이 관련된 尹必鏞사건에도 아직 비밀이 많이 숨겨져 있다고 한다.그래서 그의 정치회고록은 무척 기대되고 있다.
YS개혁.공직자 재산파문등을 끄집어내자 그는『노코멘트가 내 원칙』이라고 손을 저었다.다만 금융실명제에 대해선『회고록에 써놓았다』고「힌트」를 주었다.그는 82년6월 金在益당시청와대경제수석비서관이 찾아와 실명제에 관해 도움말을 청했 을때『부가세의조세저항을 거울로 삼으라.稅부담을 늘려서는 안된다』고 충고했다고 한다.金前실장은 10년 넘게 소득이 별로 없다.그는『회고록인세와 네 아들의 도움으로 산다』고 말했다.
〈金 璡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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