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40~50대실업>下.재교육 소홀로 설땅 좁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산업구조 조정과 장기불황등으로 인한 거센 감원 회오리는 우리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이다.
美경제주간지 포천 최근호에 따르면 美國에서는 올들어 하루평균2천3백89명의 근로자가 회사에서 밀려나고 있는데 이같은 인원감축 추세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계속될 전망이다.이에따라 美國 기업들 사이에서는「Recruit」와 반대되는 개 념으로「사람을잘 골라 내보낸다」는 의미인「Decruit」라는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다.
그러나「경영 합리화」로 인한 실직자의 피해가 우리나라만큼 큰곳도 드물다.
日本은 종신고용의 개념과 관행이 뿌리내려져 있고 歐美 각국은노동시장의 기능이 활발해 본인의 의지만 확고하면 재취업이 그리어렵지 않은데다 고용(실업)보험이 시행되고 있어 생계 문제가 우리보다는 덜 심각하다.
우리나라의 중년층 실업이 다른 나라에 비해 유독 심각한 이유는 기업체의 인력관리방식,직업안정제도가 제대로 정비되어 있지 않은데다 겉치레 치중과 자신의 과거位相에 연연하는 사회.문화적풍토때문이라 할수 있다.따라서 대책마련도 이러한 현상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통해 모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崔鍾泰 서울大교수(경영학과)는『기업들이 직종.부서간 교류확대와 인력의 다기능화를 위한 꾸준한 교육.훈련을 통해 남는 인력을 자체 흡수하는 방안을 강구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기업들이 직종이나 부서간 인적 교류가 거의 없는 경직된 조직체계인데다 재교육 투자에 인색하기 때문에 많은 근로자들이 담당 분야를 벗어나면 할수 있는 일이 거의 없어 人的 재활용이안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崔교수는 이와관련,각 기업에 日本의「出向」과 비슷한 제도를 만들어 운영해 볼 것을 제안했다.
出向이란 日本 기업들이 중장년층 비대화 해소대책의 일환으로 도입한 것으로 본사 소속의 근로자들을 일정 기간동안 자회사나 계열사등에 파견하는 제도를 말한다.본사로서는 인사적체 문제를 해소하고 인건비 부담도 줄일수 있으며,계열사 입장 에서는 별도로 교육이 필요없는 우수한 근로자들을 계속 받을 수 있고,근로자 본인들로서는 고용기회를 계속 확보할 수 있어 결국 모두에게좋다는 것이다.
經總의 金榮培 조사담당이사는『기업의 임금체계를 연공서열위주에서 직능급과의 혼합형태로,직급체계도 직무능력 중심으로 하루빨리바꿔야한다』고 주장했다.金이사는『그렇게 되어야만 임금수준은 높고 생산성은 떨어지는 근로자들이 본인이 희망할 경우 임금을 낮추거나 승진을 기대하지 않는다는등의 조건으로 퇴직 대신 그대로근무할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물론 이를 위해서는「후배 밑에서 일 할수 없다」거나「월급을 더 적게 받을수는 없다」는 등의 자존심이나 체면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근무 풍토가 생겨나야 한다.
魚秀鳳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기업들의 직업훈련이 신규인력에 대한 현장적응교육 일변도에서 기존인력에 대한 향상교육.轉職교육쪽으로 전환되도록하는 방안과 재취업 희망자들(특히 화이트칼러 계층)을 위한 전문 취업알선기관의 설립.운영이 시급하다』고강조했다.
그는『이 취업알선기관은 고용관련정보 제공과 구인-구직자간의 연결은 물론 각 근로자들의 전 생애에 걸친 경력을 관리하고 산업구조조정에 대비해 사전 교육.훈련을 시키는 獨逸의 연방고용청을 모델로 해야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曺舜文 노동부 직업안정국장은『중년층 실업문제는 이것만 따로 떼어 논의하기보다 전반적인 고용안정을 통해 해결책을 찾아나가야하다』고 밝히고『정부는 현재「고용보험제」와「근로자 파견제도」를최선의 대안으로보고 95년도부터의 시행을 목표 로 법제화를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金東均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