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재처리 플루토늄 보여줬다"

중앙일보

입력

북한은 지난 8일 영변 핵시설을 방문한 미국의 민간대표단에게 플루토늄을 보여주었다고 서울의 한 외교 소식통이 12일 밝혔다.

플루토늄은 핵무기 제조에 필수적인 핵물질이다.

북.미 관계에 밝은 이 소식통은 "방북단은 이날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영변 핵시설에서 머물렀다"며 "북측은 이들에게 재처리한 플루토늄을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북측이 공개한 플루토늄의 양(量)과 공개 경위에 대해서는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이에 앞서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 10일 미국의 민간대표단에게 핵 '억제력'(억지력의 북한식 표현)을 보여주었다"고 밝혔으나 문제의 핵 억지력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다.

북한이 미국 측에 플루토늄을 보여준 의도에 대해 이 소식통은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북한식 압박 전술로 보이나 워싱턴은 이를 '협박'으로 받아들일 공산이 크다"고 분석했다.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미국 대표단과 단독 또는 그룹으로 만나 만찬을 하면서 ▶핵문제 ▶북.미관계 ▶경제 상황 ▶인권 등의 문제를 놓고 10여시간 '허심탄회'하게 논의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러나 USA투데이는 이날 국제면 기사에서 미국 민간대표단의 핵시설 방문 사실을 보도한 뒤 "미 정부 관계자는 북한 측의 핵시설 방문 허용에도 불구하고 북핵 해결을 위해 북한과 직접 협상에 나서지 않겠다는 미국의 대북정책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북핵 협상을 위한 대가로 경제적 지원이나 보상을 하지 않겠다는 미국의 대북 정책에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최근 일련의 북한측 성명에 새로울 게 없다"고 밝혔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신문은 이어 2002년 12월 31일 북핵사태 후 영변 핵시설을 방문한 핵전문가는 한 명도 없었다고 설명한 뒤 "이 때문에 미 정보당국은 이번 방문기간 중 영변 핵시설을 총체적으로 분석.평가한 것으로 보이는 핵전문가 시크 헤커 박사와의 면담을 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원기.정용수 기자brent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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