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 땅값」이 가능하려면(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땅의 공급확대를 장기적으로 땅값을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건설부장관의 준공약성 발언이 나왔다. 한 세미나에서 특강형식으로 천명된 이 방침에 건설부장관은 새 정부의 토지정책 기본목표라는 무게를 실었다. 새 정부 들어서서 획기적인 정책 비전을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여겨진다.
땅값 폭등으로 인한 폐해는 일일이 열거할 수조차 없다. 땅값이 비싸니 주택건설이 힘들고,주택이 부족하니 셋집을 전전하는 무주택자들이 심지어 자살까지 하는 사례가 많았다. 기업들은 또 기업들대로 공장지을 땅을 못얻어 아우성치는 것이 작금의 상황이다. 비싼 공장용지는 국제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근본 원인이 되기도 한다. 거기다 불노소득을 노린 부동산 투기가 우리 사회의 해묵은 골칫거리가 된지 오래다.
땅값이 비싸진 것은 좁은 국토나마 효율적으로 이용하지 못하는 것이 큰 원인이다. 이용가능한 땅,공급가능한 땅도 각종 규제조치로 묶여있기 때문이다. 땅값을 내리는 기본 수단으로 토지이용과 관련된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방안을 선택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지금 우리의 국토이용률은 16% 수준이고 이 가운데 택지는 2%미만,공장용지는 0.3%,공공용지는 2.1%밖에 안된다. 건설부 의도대로 농지와 준보전임지 등이 택지나 산업용지로 개발되면 국토이용률은 30% 수준으로 올라갈 수 있다. 건설부장관은 이 비율을 41.7%까지 늘려잡고 있다.
땅값 앙등은 또 거품경제의 일면이기도 하다. 거품이 꺼지는 과정에서 땅값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올 2분기중의 땅값은 작년말보다 3.29%나 떨어졌다. 공급이 확대되면 땅값 하락 추세가 가속화된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고 또 기대다.
그러나 이 기대가 충족되려면,다시 말해 땅 공급이 땅값 하락으로 연결되려면 상당한 행정적 경계태세가 취해져야 한다. 이용 불가능하던 토지가 이용 가능해지면 땅값은 올가는게 상식이다. 때문에 개발되는 땅은 반드시 실수요자에게 돌아가야 하고 기타의 개발이익은 정부가 환수하는 장치가 발동되어야 한다. 개발이익을 불로소득화하지 않으려면 공영개발 방식을 채택,투기요인을 사전에 봉쇄하는 방법도 있다.
아울러 공급확대의 한 방안으로 도시의 토지이용도를 극대화하는 재개발방식을 적극 시행할 필요가 있다. 도심을 지금보다 훨씬 고층화하는 것이다. 이때는 물론 교통영향평가가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땅공급 확대책은 또 농지보전이나 환경 보호정책과 충돌할 소지가 많다. 그러나 땅값이 절반은 아니라도 대폭 내려간다는 확신만 선다면 정부 내의 컨센서스를 유도할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