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깔리자 반군들 총격(소말리아의 한국군: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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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항구서 장비 내리던 우리군 겨냥/사상자 없어… 새벽까지 하역강행/발라드귀로 선도 이군길 못찾아 한때 실종설/주둔지엔 1.5m 방벽… 지뢰·전자감시 등 “철옹성”
【소말리아=장남원·안성규특파원】 선발대가 하역작업을 하러 모가디슈항으로 나온 7월10일 시가는 반군들의 사격으로 총격전이 벌어져 분위기가 긴장되어 있었다. 반군들은 한국군에게도 사격을 가해왔다.
하역작업이 시작되기 직전인 10일 오후 5시쯤 인근에서 프랑스 PKO 장비화물선인 아우렐호의 화물하역작업을 벌이던 프랑스군에 아이디드 저격병이 총격을 가했다. 분위기가 일순 긴장됐다.
시내 곳곳에서 총격이 벌어지고 있지만 이처럼 항구에 대한 총격은 드문 경우라고 하는데 이 총격으로 두명의 프랑스군인이 가슴에 총격을 받았고 한명은 다리에 총을 맞아 즉시 헬기로 병원으로 호송됐다.
총성이 나자 곧 접안을 시작할 장비수송선 에버모어호를 기다리던 한국군 병사들은 일제히 엎드려서 안전을 확보했고,이 지역 경계를 맡은 아랍에미리트 병사들이 지프를 타고 대응사격 자세를 취하면서 쏜살같이 사격추정지역으로 달려갔다.
○불군은 3명 중상
한국군 장비를 실은 에버모어호가 접안한뒤 항구가 어둠에 싸운 오후 7시30분이 조금 지나 반군들이 하역작업을 시작하던 한국군에 또다시 총격을 가해왔으나 사상자는 나지 않았다.
반군들은 경비병력들이 출동하자 재빨리 도주했다. 이날 사고가 나자 아랍에미리트군은 사격 추정지점에 아예 참호를 파고 병사들을 배치했다.
우리 선발대는 에버모어호가 항구에 접안하자 11일 오전 2시까지 불을 밝혀가며 작업을 강행했다.
첫날에는 장교·하사관을 포함해 모두 20여명의 병력만으로 컨테이너 50개와 대형 트레일러를 하역했고 다시 오전 6시30분부터 하역을 시작했는데 총격사건도 있어 화물선에 2명,부두에 1명,숙소에 2명씩 각각 동초를 세워 이날은 모두 2시간도 못자며 고생했다.
○“코리아” 외치기도
다음날엔 발라드에서 숙영하고 있던 나머지 병력 25명이 UNOSOM이 제공한 민간헬기를 타고 항구로 이동,하역에 합류했다.
「ROKA ENGR」이라는 마크가 선명한 한국군 장비를 실은 행렬이 사람이 모인 시내를 지나갈때면 많은 현지인들이 『KOREA』라고 외치는 등 알아보는 눈치.
그러나 반군의 저항이 거셌던 파스타 팩토리라는 지역으로 들어가자 영어욕설이 들리며 어디선가 돌들이 마구 한국군·미군차량에 쏟아져 분위기가 반드시 우호적이지만은 않았다.
발라드로 돌아가는 귀로에는 선도하던 미군들이 길을 잘못들어 한때 모가디슈에서 「한국군 실종설」이 나돌았다고 한다.
미국대위의 지시에 따라 이동하던 이탈리아군은 3시간이 넘어도 발라드에 도착하지 않자 선두의 탱크를 세웠다.
동북부로 가야할 행렬이 서북부로 들어서 이때는 이미 모가디슈에서 1백㎞정도 북진,왈라체인이라는 지역도 지난 상태였다.
이군대위는 「미군은 어두워지면 운전을 해서는 안된다」는 자국규정을 내세우며 미군부대로 회차를 요구했다.
○소형미사일 배치
이에따라 한국군 수송병력과 이탈리아 경비병력은 오후 6시30분쯤 모가디슈 외곽 헌터베이스란 이름의 미군부대에 도착해 하루 숙영했는데 미군측이 소말리아인의 접근을 막기위해 밤새 기관총 위협사격을 하고 연달아 조명탄을 터뜨려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그러나 발라드의 주둔지는 현재로서는 이탈리아군의 경비가 철저해 안전한 것 같다.
경비는 이탈리아군의 외곽경비와 자체경비로 이루어지고 있다. 부대 전체를 1.5m 높이로 흙을 높이 쌓아 올린 방호벽과 방벽위에 쳐진 3중 윤형철조망이 감싸고 있다.
그 안쪽으로는 조명지뢰가 깔려 있어 외부 침입자가 이를 밟을 경우 조명탄이 발사되게 되어있다.
지뢰뒤에는 적외선 탐지기와 진동감지기가 설치되어 있어 본부에서 전자장치를 통해 감시하고 있다.
선발대에도 단거리 지대지 소형미사일이 배치됐다.
선발대는 현재 경비의 대부분을 이탈리아군에 의지하고 있지만 본대가 오면 자체 경비역량이 크게 강화된다.
그러나 우리부대가 도로건설에 따라 일정기간마다 이동하게 되어 있어 작업이 시작되면 건설현장에 대한 경비수요가 많이 발생해 고정배치 때와는 다른 형태의 경기계획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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