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교육혁명 중] 8. 시리즈를 마치며(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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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가 신년 기획으로 다룬 '세계는 지금 교육혁명 중' 시리즈는 교육계는 물론 일반 독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호평이 있는가 하면 혹평도 나왔다. 그러나 교육 개혁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는 사람은 없었다.

우리 교육이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광범하게 퍼져 있다는 증거다. 이번 시리즈에선 앞서 달려가고 있는 외국의 교육 개혁을 많이 소개했다. 국제 수준의 눈높이에서 우리의 교육을 들여다보자는 취지였다. 12일 취재팀이 한자리에 모여 미처 다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나눴다.[편집자]

▶교육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세계 각국의 노력은 대단한 것 같습니다. 직접 둘러본 각국의 교육현장부터 얘기할까요.

-일본.중국을 비롯한 외국들은 교육에 대한 새로운 관점으로 치열한 개혁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장기 불황을 겪으면서 국가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교육의 중요함을 깨달은 일본은 교육에 '자율과 경쟁'원리를 도입하는 데 열심입니다.

-중국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톄판완(철밥통.안정적 종신고용)'과 '다궈판(큰 가마솥밥.함께 일해 나눠 먹는다는 평등논리)'을 철폐하자"는 것이 유행어입니다. 특히 지역.계층별 격차가 큰 이들은 경제발전 과정에서 '소수가 먼저 잘 살고 뒤이어 모두 잘 살게 하자'는 정책을 썼는데 교육에도 이 원칙을 적용했습니다. 목표는 경쟁력의 향상입니다.

▶시리즈의 내용 중에서 교사나 학교 평가를 놓고 독자들의 반응이 뜨거웠는데요.

-독자 중엔 교사의 사기를 꺾는다는 반발도 적잖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공교육의 공급자들은 수요자의 들끓는 원성에 귀를 기울여야할 때입니다.

-중국에서는 사립 아닌 공립학교도 교사를 평가하고 그 결과가 엄격히 반영된다는 사실은 다소 충격이었습니다.

-평가가 무조건 교사들을 괴롭히는 것만은 아닙니다. 일본 도쿄도 히비야(日谷)교사들에게 "제자에게 성적이 매겨지는데 기분이 언짢지 않으냐"고 묻자 한결같이 "스스로는 알기 힘든 문제점을 학생들이 지적해주므로 도움이 된다"고 하더군요.

-한국의 경우 학교평가가 시기상조라는 말도 있지만 우리 실정에 맞는 정보를 제공하면 됩니다. 예컨대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과 같은 정보를 공개해 문제가 있는 학교는 질(質) 개선을 할 수 있게 하자는 겁니다.

▶학교 선택의 다양성에 대한 해외 사례는 어떻습니까. 사립학교의 자율성은 부러운 모습이었는데요.

-영국의 경우 연간 학비 5천만원이 넘는 사립학교부터 공짜인 공립까지 다양합니다. 공립도 시험을 치는 곳과 그냥 가는 곳이 있습니다. 돈 있으면 유명 사립학교 가고, 가난해도 공부 잘하면 유명한 공립학교에 갑니다. 이도 저도 아니면 그냥 집 근처로 가지요.

▶이번 시리즈에서는 가까우면서도 먼 나라로 여겨졌던 일본 사례들이 많이 소개됐습니다.

-일본 국립대 민영화 등 대학 구조조정은 빠르게 진행 중입니다. 하지만 일본은 한국 정부나 대학들의 구조조정 계획을 사전에 철저히 학습했다는 사실을 취재 중에 알게 됐습니다. 일본은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한발 앞서 실천한 반면 우리는 너무 늦게 움직인 것입니다.

-경쟁력 약화는 학생수 부족으로 이어지고 결국 '대학 도산 시대'를 맞이해 바뀌지 않으면 망한다는 의식이 확산됐기 때문입니다.

-한편 교육개혁을 하는 일본에선 '부모의 경제력에 의해 학생들의 장래가 결정된다'는 우려도 있었습니다. 교육을 통한 부와 신분 세습 문제를 우리 사회는 어떻게 풀어야 할지 고민해야 합니다.

▶국가마다 교육 풍토와 여건이 다르므로 다른 나라의 교육제도가 무조건 우리에게도 맞을 수는 없습니다. 그대로 제도를 따오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을 텐데요.

-외국의 교육개혁이 궁극적으로 '경쟁력'을 추구하는 것이란 점에서 우리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바람직한 부분은 벤치마킹해 우리 교육제도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활용해야 하는 것이지요.

-결국 국가 경쟁력의 요체는 '우수 인재 양성 교육'입니다. 선진국들이 교육개혁을 쉼없이 시도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엘리트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할 때입니다.

-그런 점에서 경기도가 올해부터 특목고.자립형 사립고를 대폭 늘리는 등 엘리트 교육에 중점을 두기로 한 것은 주목할 만한 일입니다.

◇특별취재팀=정책기획부 김남중.강홍준.이승녕.하현옥 기자, 오대영.김현기 도쿄특파원, 오병상 런던특파원, 이훈범 파리특파원<edu@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jongt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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