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경제 영향력증대 겨냥/클린턴 「신태평양 공동체」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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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일본주도 경계… 반격신호탄/집단안보체제 창설도 검토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이 7일 미국·일본을 축으로한 개방적 신태평양공동체 설립을 제한했다. 그는 또 오는 11월 미국 시애틀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APEC) 각료회의에 15개 가맹국 원수를 초청,회의의 성격을 각료회의에서 정상회담으로 격을 한단계 높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클린턴 대통령의 이같은 제안은 세계 경제의 성장센터로 불리는 동아시아 지역에 대한 미국의 강한 관심을 나탄낸 것이다. 이는 또 점차 일본의 뒷마당으로 변해가는 동남아지역에 대한 미국의 반격개시 신호탄으로도 볼 수 있다.
지난해말 모하메드 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총리가 미국·호주를 제외한 동아시아경제협의체 구상을 발표하는 등 최근 이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미국은 이를 용납할 수 없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미국은 신태평양 공동체구상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아시아·태평양집단안보체제를 만드는 문제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태평양공동체구상은 아시아·태평양 라운드(다자간 무역협상) 개시가 주요골자라고 니혼게이자이(일본경제) 신문은 밝혔다. 이는 미국이 이 지역에 미국과 보조를 맞춘 자유무역의 룰을 도입하겠다는 야심적인 제안이다.
또 지금까지 아시아 각국과 무역·투자·금융 등 경제의 상호의존관계에서 크게 앞선 일본에 대한 미국의 반격의 일환으로 아시아·태평양지역을 미국의 울타리안으로 넣겠다는 원대한 구상이기도 하다.
아시아·태평양라운드는 우루과이라운드가 연내 타결된 뒤 이보다 더욱 진전된 무역·투자의 자유화룰을 세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은 오는 11월 시애틀에서 열리는 APEC에서 이를 제안한다는 방침하에 준비하고 있으며,일본정부에 이미 비공식적으로 의사타진을 한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태평양라운드는 미국과 일본을 축으로 한국·대만·홍콩 등 아시아 신흥공업지역(NIES),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호주·뉴질랜드·캐나다·멕시코 등이 참가국가로 예정돼 있다. 중국의 포함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또 외부에 대해서도 개방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 EC가 원한다면 받아들이겠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다.
이 구상은 무역·투자 룰을 공동으로 함으로써 미국기업의 아시아시장 진출장애를 제거하려 하고 있다. 아시아시장은 일본기업 진출과 현지자본의 성장으로 시장규모가 급팽창하고 대미수출이 크게 늘고 있으나,이 지역에 대한 미국의 수출과 미국제품 점유율은 일본에 압도당하고 있다. 일본과 시장개방교섭을 하고 엔고를 유도한다 해도 일본이 아시아 진출기업을 통해 대미수출을 계속하면 미국 무역불균형은 시정되지 않는다는 것이 미국의 생각이다. 그러나 아시아에 미국과 같은 자유시장 룰을 도입하는데는 경제력격차·문화적 이질감 등으로 거부감이 강해 많은 낙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APEC를 격상시키는 문제도 아시아지역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 증대를 노린 일환으로 보인다. APEC지역은 국민총생산이 세계의 50%,인구 및 무역도 각각 40%,면적은 30%를 점하는 거대한 지역이다. APEC를 향한 미국의 수출은 미국내 2백60만명의 일자리를 마련해주고 있다는 시산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APEC를 정상회담으로 격상시키는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
우선 중국과 대만 수뇌가 같은 테이블에 앉으려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또 APEC에 멕시코를 참가시키려 하지만,아시아·중국이 이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싱가포르 등에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가입을 권유하고 있으나 APEC중심을 북미쪽으로 옮기려는 행동으로 보고 우려하는 분위기가 APEC내에 존재하고 있다.<동경=이석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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