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관들의 군사법 개선건의(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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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현행 군 사법제도가 법적 정의의 실현을 가로막고 군법 및 사법질서의 유지를 혼란시키는 중대한 법적 결함을 지니고 있다는 군 법무관들의 지적은 적절한 시기에 나온 의미있는 문제 제기라고 본다.
군 사법제도가 사법정의에 반하는 중대한 결함을 지니고 있다는 지적이 법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그러나 이로한 견해가 널리 여론화되거나 공개적인 논의의 대상이 된 적은 없었다. 그것은 두말한 것도 없이 역대 정권의 성격과 그로 인한 시대적 여건이 그것을 가능케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정치상황도 달라졌고 군 스스로도 개혁을 추구하고 있는 마당인만큼 이 해묵은 문제는 더이상 감춤이 없이 활짝 공개하고 널리 의견을 구해 민주화 시대에 걸맞는 개선안을 이끌어내야 한다. 만의 하나라도 군법무관들이 건의서를 낸 행동을 불쾌히 여겨 처벌하려 한다면 것은 군의 개혁의지를 의심케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군 법무관들이 건의서를 통해 지적한 내용들은 하나같이 이론을 제기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현행 법체계 아래서는 수사에서 구속·재판·판결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이 군사법원이 설치된 부대의 지휘관인 관할관의 판단에 크게 영향받게 되어 있다. 군 검찰관의 임명부터 관할관이 하고,구속여부의 판단도 법전문가가 아닌 관할관이 하며,3명의 1심 재판관중 2명을 관할관이 임명한 장교가 맡게 되어있는 것이다. 군조직의 특수성은 이해되나 이런 제도 아래에서 어떻게 전문적이고 공정한 판단이 가능할 것인가.
더구나 판결은 관할관의 확인조처가 있어야 효력이 발생하며 관할관에게는 기소유예 조치를 할수 있는 양형의 권한까지 있어 극단적으로 말하면 군사재판은 관할관 한 사람이 하는 것이란 얘기도 있을 수 있다.
군사재판도 3심제의 형식을 갖추고는 있으나 중대한 사건이 아닌 경우는 사실상 3심의 혜택을 누리기가 어려운 여건이다. 이것 역시 국민의 기본권에 비추어 재검토해 보아야 할 문제다. 군인은 특수신분이긴 하지만 군인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국민인 이상 기본권을 필요이상으로 제약해선 안될 것이다.
군사법원법상의 이러한 문제점들을 군지휘체계 및 기강유지,전투력 보존,군사기밀 보호 등을 고려한 때문이라고 알려지고 있다. 물론 군의 특성상 그러한 점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군사법원법의 내용이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것과 꼭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점만이 지나치게 강조되어 기본권을 심하게 침해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러서는 안되며,더구나 그것이 관할관이 자신의 책임을 줄이는 수단으로 남용되어서도 곤란하다.
법무관들은 문제점의 지적 뿐 아니라 여러 대안도 제시하고 있다. 우리는 군이 이러한 의견들을 허심탄회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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