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오바마 찬바람 쌩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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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힐러리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의 관계가 갈수록 싸늘해지고 있다. 이들은 선거운동이 치열해진 최근 수개월 동안 의미 있는 대화를 거의 나눈 적이 없다고 뉴욕 타임스가 7일 전했다.

힐러리가 상원의원에 출마한 오바마를 돕기 위해 그의 정치자금모금회에 참석한 3년 전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오바마는 상원 당선 이후에도 정치적 선배인 힐러리에게 한 수 배우겠다는 자세를 보였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 때는 함께 휴스턴 현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둘 사이가 이렇게 냉랭하게 바뀌기 시작한 것은 올 1월 오바마가 대권 도전을 선언한 뒤부터다. 당시 오바마가 대선탐사위원회를 구성한 직후 상원에서 힐러리에게 인사하며 악수를 청했지만 힐러리는 이를 외면하고 지나쳤다고 동료 의원들은 전한다.

4일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포럼에서 자유주의 성향의 블로거들이 46번째 생일을 맞은 오바마에게 축가를 불러주자 힐러리도 미소를 지으며 오바마에게 악수를 청했다. 여기까지 좋았지만 오바마가 곧바로 이어진 토론에서 힐러리가 로비스트 자금을 받은 사실을 거론하며 맹비난했다. 힐러리도 여기에 질세라 테러와의 전쟁에서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오바마의 단정적인 발언에 대해 "현명하지 못했다"고 받아쳤다.

상원의원인 오바마와 힐러리는 의회에서 같이 일을 하고 하루에도 몇 번씩 마주치는 사이지만 서로 아는 체도 하지 않을 정도로 틈이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물론 방송 등 대중에 공개된 장소에서는 서로 존중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한다. 그러나 돌아서면 서로 외면하고 헐뜯는 모습으로 일관하고 있다. 품위 있는 예법은 간 데 없고 상대방의 급소를 예리하게 찌르는 설전만이 돋보인다.

한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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