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협력의 심화·확대(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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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전기침 중국 부총리겸 외교부장이 서울을 방문하여 한승주외무장관과 두차례의 외상회담을 가졌다. 27일에는 청와대에서 김영삼대통령과 오찬을 함께 했다. 이 일련의 접촉을 통해 한중 양국은 두나라의 현안과 동북아 상황에 대해 폭넓은 얘기를 나누었다. 중국 외교부장이 한국을 공식 방문한 것은 처음이다.
이미 수교가 이루어진 나라의 외무장관이 찾아와 우리 정부 고위층과 회담을 갖는 것은 보통 있는 일이지만 이번 전 외교부장의 경우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우선 중국의 6·26전쟁에 참전하여 우리와 교전을 벌였고,아직까지도 북한의 유일 최대의 동맹국으로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후견인 노릇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현재 남북한 사이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첨예한 사안인 북한 핵문제가 중요한 고비를 맞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지금 북한에 대해 가장 강력한 외교적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국가는 중국이다. 그런 중국이 북한핵과 관련하여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한 집단적인 제재를 가하는데 반대하는 입장을 표시하면서 이 문제에 개입하기를 회피해 왔다. 그러나 전 외교부장은 서울에 와 북한에 대한 국제적인 제재는 찬성치 않으나 핵문제가 조속히 해결되어 북한이 국제적인 제재를 받지 않도록 적극 설득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같은 중국의 입장은 종전의 중립적 방관자세에서 크게 진전된 것이다. 명분을 살리면서 실질적으로 협조하는 방식을 취했다고 볼 수 있다.
한중 외무장관 회담에서는 그밖에도 강택민중국국가주석처럼 당총서기의 방한과 한중 항공협정 조기체결을 계속 추진하고 중국의 심양과 광주,한국의 부산에 각기 영사관을 조속히 설치할 것 등에 합의했다.
전 외교부장의 방한으로 지난해 8월 국교수립이후 계속 발전되어온 한중관계가 한층 확대심화됐다. 이런 관계는 계속 발전돼 나갈 것이다.
그러나 전 외교부장 방한의 더 큰 의미는 과거 냉전시대의 적대적인 양대진영에 편입되어 상호 단절됐던 동북아 국가들이 하나의 광장에 모여 머리를 맞대고 공동의 관심사를 논의하는 협력체제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는데 있다. 한국은 우리의 적성국이자 북한의 까다로운 동맹국이었던 중국·몽고·베트남 등 사회주의권 국가들과 국교를 정상화하고 협력관계를 발전시키고 있다.
문제는 북한이다. 북한은 시대의 대세인 개방화추세를 외면한채 핵무기 개발을 기도하여 스스로 국제적인 고립화를 자초하고 있다. 북한이 그같은 폐쇄적 자세를 시정치않으면 국제적인 제재를 면키 어려울지 모른다. 전 외교부장의 방한은 북한이 새로이 형성된 동북아협력의 광장에 복귀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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