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구려 역사 지키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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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최근 중국 정부가 고구려사를 중국사에 편입시키기 위한 대형 프로젝트 '동북공정'을 추진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역사란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현재의 자기인식인 만큼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며, 이런 점에서 학계.시민단체의 적극적 대응은 필요하고도 정당한 일이다.

이에 비해 우리 정부의 대응은 미흡하고도 부적절하다. 특히 국가의 문화유산을 책임지고 대표해야 할 문화관광부 장관이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외교적 마찰을 우려해 신중과 자제를 부탁한 것은 이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적절치 않은 발언이었다. 중국이 고구려사 왜곡은 물론 이를 지나치게 영토문제와 연관시켜 민감하고 폐쇄적인 태도로 나오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것으로 지적돼야 하고, 또 그것이 외교적 경로로 전달돼야 한다.

그렇다고 의도적으로 외교마찰을 유도하는 일부 국수주의적 운동가들의 방식도 옳은 것은 아니다. 과거는 우리 조상의 땅이었지만 현재는 중국 땅인 것도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거와 현실의 갈등 속에서 고구려에 대한 양국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는 부분은 그 문화 유산을 함께 잘 보존해 나가자는 것이다. 우선 오는 6월 쑤저우(蘇州)에서 열리는 28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고구려 고분군을 북한과 중국이 함께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할 수 있도록 우리도 외교적 힘을 보태야 한다. 그러자면 먼저 북한과 협력해 오는 16~18일 파리에서 열리는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의 기술적 평가에서 이 사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남.북한과 중국의 공동조사를 적극 추진해 볼 만하다. 1960년대 초 북한과 중국은 동북 3성 지역에 대한 발굴 및 지표조사를 대대적으로 한 바 있다. 물론 조사 결과 보고서를 따로 내는 등 서로 간에 인식의 차이를 확인하는 데 그쳐 그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라도 고구려를 3국의 공동의 유산으로 잘 가꾸어 나갈 수 있도록 3국의 공동조사 등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