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오니 감독은 전후 이탈리아 영화계에 불어닥친 ‘네오 리얼리즘’의 승계자로, 1960~70년대 중반까지 전성기를 구가했다. 영화를 기승전결 이야기 구조에서 해방시킨 모더니즘 감독의 효시로 평가받는다. 현대인의 고독하고 황폐한 내면을 즐겨 다뤘다. 칸영화제에서 격렬한 논란을 일으킨 ‘정사’(60년), 알랭 들롱·모니카 비티 주연의 ‘태양은 외로워’(62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자 기호학적 텍스트로 유명한 ‘욕망’(66년) 등 30여 편을 남겼다.
안토니오니 감독은 95년 중풍에 걸린 몸으로 빔 벤더스 감독과 ‘구름 저편에’를 공동 연출해 베니스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받았다. 왕자웨이 감독과의 옴니버스 영화 ‘에로스’(2004) 등 마지막까지 창작열을 불태웠다.
양성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