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자본의 금융지배 억제/금융개편안 어떻게 짜여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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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경쟁력보다는 대기업 견제/은행 중심 「금융겸업」 추진
10일 발표된 금융산업 업무영역 조정안에는 몇가지 대전제가 깔려 있음을 유심히 보아야 한다.
우선 은행(여기서의 은행은 지금의 은행이 아니라 증권업무나 투신업무까지를 모두 보는 종합금융기관을 일컫는다)을 중심으로 한 겸업주의로 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첫째 전제다. 둘째로 은행감독체제는 현재의 체제를 유지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고,셋째 전제로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을 철저히 분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기관끼리의 상호지배를 가능하게 하는 겸업주의로 가면서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연결에 어느 정도 간격을 두지 않았다가는 예컨대 보험회사를 지배하는 대기업이 보험회사나 그 자회사를 통해 얼마든지 은행을 지배할 수 있고,또 대기업이 쓰러지면 금융기관까지 덩달아 쓰러지게 되므로 보험회사나 증권회사에도 은행과 같은 동일한 지분한도를 두어야 한다는 것이 개편안의 논리다. 그러나 기존 대주주의 지분을 줄이도록 하는 일은 그리 간단하게 다룰 일이 아니다.
대기업 대주주의 소유분산이 이루어진다고만 하면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을 철저히 분리하는 것이 과연 국가경제 전체에 반드시 효율적인가 하는 문제도 따져보아야 하며,아직 금융 전업 자본이 제대로 쌓이지 않은 상태에서 자기책임 아래 영업을 잘 해오던 기존의 「주인」을 내쫓는 일이 과연 옳은 일인가도 검증해 보아야 한다.
은행감독원을 지금처럼 한국은행에 둔 채 가겠다는 것도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이 과연 정부의 고유기능이냐 아니냐,한은의 독립성 문제는 어떻게 풀 것이냐 등의 문제와 관련해 많은 논란이 예상된다.
▷개편안 주요내용◁
▲은행산업의 진입정책=단기적으로 은행의 추가신설을 억제하고 특수은행의 민영화 및 비은행의 은행전환을 선별적으로 허용. 장기적으로 은행신설 및 전환에 대한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기준을 명시적으로 제시하여 기준에 충족될 경우에는 은행의 신설 및 비은행의 은행전환을 허용.
▲금융기관의 퇴출정책=「금융기관 정리절차법」을 제정하여 퇴출절차를 정비.
▲은행산업내 업무영역조정(상호신용금고의 업무영역조정)=단기방안으로 현재업무에 대여금고·보호예수업무,그리고 공과금대리수납업무를 추가하여 업무영역을 확대하고 경쟁력 강화. 중장기 방안으로 현재업무에 예적금업무,상업어음일반매출,대여금고,보호예수업무 및 공과금대리수납업무를 추가로 허용하여 지역사회 서민금융전문 단위은행으로 육성.
(체신금융의 업무영역조정)=①업무의 추가확대를 금하고 이용자의 편리성측면에서 최소한의 요구에 대응하는 금융서비스 공급. ②자금운용을 정부의 특별계정 또는 재정투융자(통신사업 포함)로 한정. ③예금자에 대한 대출금지.
(보험기관의 업무영역조정)=단기적으로 타 금융기관과의 업무제휴를 통해 판매망을 확대하고 장기적으로는 자회사설립을 통해 타업종에 진출.
▲금융전업기업군 육성=①금융기관간의 상호소유를 확대 허용하여 기업군 형성유도. ②자회사를 통해 타업무영역의 업무를 영위케하여 유도. ③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하여 금융지주회사아래 금융기관들이 자회사로 연계된 기업군 형성 유도.<김수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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