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형수술 백병원팀에 감사편지 줄이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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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새얼굴 찾은 장애인들/새삶의 기쁨 “구구절절”/유치원 한구석 혼자놀며 울던 아이가…/여고졸업 입사 면접마다 좌절 했는데…/이웃들이 처음으로 함께 관광 가자고…
서울 백병원 성형외과팀(과장 백세민·50)의 올 장애인의 날(20일) 감회는 남달랐다.
지난해 얼굴기형돕기회(회장 최순길신동아그룹부회장·49)·중앙일보·삼성생명과 함께 시작한 얼굴기형장애인 재활사업.
천형과도 같은 고통을 극복한 얼굴기형환자들이 그 무엇과도 비길 수 없는 재탄생의 기쁨을 담아 보내온 감사의 마음들을 가슴 뿌듯하게 받아들인다.
환자 본인은 물론 부모·고아원 보모·교장선생님·학급친구들이 보내온 편지속에 담겨진 장애인들의 좌절과 재생의 환희는 스스로 일어서기 힘든 장애인들을 위해 우리사회와 이웃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5세때 당한 교통사고로 얼굴이 제대로 자라지 못해 이 빠진 할머니처럼 합죽이가 되고 눈은 튀어나온 기형의 얼굴을 갖게돼 저는 투쟁이나 다름없는 사춘기를 보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뒤 여러 회사에 원서를 내보았지만 면접에서 번번이 좌절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20대 처녀)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난뒤 뇌막염을 앓아 일그러진 얼굴,외출할때마다 쏠리던 행인들의 시선,유치원교실 한쪽구석에 앉아 혼자 놀며 아이들이 괴물이라고 놀린다고 울던 모습들이 떠올라 엉엉 울고 말았습니다.』(30대 어머니)
『이제는 입을 제대로 벌릴 수 있어 학교에 도시락을 싸갈 수 있다』는 중학교 3학년 여학생과 『친구들과 어울려 체육시간에 축구시합도 할 수 있고 여학생의 얼굴도 제대로 쳐다볼 수 있게 됐다』는 고교생,6·25때 파편을 맞아 망가진 얼굴을 40년만에 되찾은뒤 이장이 동네 사람들과 함께 관광여행을 떠나자고 했을때 처음으로 진정한 기쁨을 맛보았다는 50대 농부 등….
이들은 한결같이 생애 최고의 선물이 가져다준 삶의 변화를 벅찬 감동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수술비의 50∼80%를 얼굴기형돕기회로부터 지원받아 제얼굴을 찾은 환자는 모두 2백3명.
지난해 5월 삼성생명 공익재단의 3억원 출연으로 큰 힘을 얻은 얼굴기형돕기회는 사업이 알려지면서 해외교포와 외국인들까지 참여해 지금까지 모두 5억여원의 기금을 마련하는 등 갈수록 활력을 더해가고 있다.<이덕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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