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 재정자립 기틀마련/「효자」 노릇한 가락동 교육원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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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특혜매각 시비불러 두차례나 유찰/예정가보다 4백억원 더 받아 “횡재”
민자당이 가락동 중앙정치교육원 부지를 공개입찰과정을 통해 1천8백억원에 팔아 재정자립의 기초가 될 정치기금을 확보했다.
2만평의 교육원부지는 구공화당의 재산으로 출발,역대 집권당에 비정상적 방법으로 인계되어온 것이다. 한때는 말썽꾸러기였다. 92년 5월 대통령후보 경선과정에서 김윤환 당시 사무총장이 (주)한양에 이 부지를 극비리에 매각한 사실이 알려져 당내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반김영삼진영은 극비매각을 김영삼진영의 비리로 몰아붙여 결국 계약을 파기시켰다.
그후부터 민자당은 엄정한 공개입찰과정을 통해 매각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두차례의 입찰과정에 삼성종합건설만이 응찰해 연거푸 유찰됐다. 그러던 것이 13일 입찰에서는 예정가 1천4백억원을 훨씬 초과하는 1천8백억원에 낙찰돼 민자당 관계자들을 즐겁게 했다.
13일 공개입찰장은 한때 말썽꾸러기였던 문제의 땅인만큼 경찰관들이 입회하고 보도진이 몰려 지켜보는 긴장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모두 6개 업체가 응찰했으며,현장에서 입찰서를 개봉할 결과 주택조합연합체인 서울시 가락연합주택이 최고가를 써내 새주인으로 확정됐다.
2위는 현대건설의 1천4백49억원. 최하입찰가는 1천2백99억원이었다. 2위의 가격은 입찰전 당내외에서 나돌던 예정가 1천4백억원을 겨냥한 가격이며,최하입찰가는 (주)한양에 팔았던 가격 1천2백87억원을 염두에 둔 가격인듯하다. 낙찰가는 이보다 4백억원 정도나 웃도는 파격적인 가격이다. 결국 말썽꾸러기였던 교육원부지는 지난 경선과정의 말썽대문에 못팔았다가 이번에 팔림으로써 무려 5백13억원의 추가소득을 가져다준 셈이다. 이땅에는 연합주택 조합과 시공계약을 한 벽산·삼부토건이 아파트를 지을 것으로 보인다.
민자당은 대통령이 1천만원의 당비밖에 도와줄 수 없다는 상황에서 재정자립을 위해 관훈동당사와 방배동 서울시 지부까지 공개입찰방식으로 매각해 기금 2천억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모두 팔 경우 교육원 매각대금까지 합쳐 2천3백억원 정도의 목돈이 마련될 것이며,빚 5백억원과 새당사 구입비에 일부를 쓰더라도 1천5백억원 정도의 기금은 남을 것으로 계산하고 있다.
이밖에 국고보조금 72억원에 후원회의 법정 후원금 50억원과 당무위원(월30만원)·일반의원(월 15만원) 등의 당비 연 20억원을 합칠 경우 통상적인 당운영비(월 20억원 내외)로는 빠듯하지만 자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자당은 그래도 부족한 자금은 일반당원들의 당비모금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 모든 계산은 「깨끗한 정치」 「돈안드는 정치」의 구현을 전제하고 있기에 민자당의 홀로서기 노력 역시 개혁의 결과에 성패가 달려있다.<오병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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