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순의 CEO와 디자인] “병원 침대도 예쁘게 꾸며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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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병원에 가 본 사람이면 다 안다. 병실이 얼마나 삭막한 곳인지. 병실의 삭막함이 어디서 왔는지를 생각해 본 사람은 또 안다. 획일적인 침대가 그 주범이란 것을. 이런 의문을 가져 본 독자도 있을 것이다. 왜 병원 침대는 저렇게 천편일률적일까. 꼭 그래야 되는 것일까. 좀 예쁘게 꾸미면 안 될까. 디자인 시대라는데….

백완규(52) JH케어 회장도 같은 생각을 했다. 병원이 꼭 삭막할 필요가 뭐 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과 차이가 있다. 생각을 실천에 옮겼다는 점이다. “디자인이 가미된 병실 침대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누구나 마찬가지 생각 아니겠습니까? 병원 침대가 꼭 철제일 필요가 있을까요? 그렇게 못생겨야 하는 것일까요? 이런 생각을 해보니 침대를 바꾸는 것이 꼭 환자를 위한 것만이 아니더군요. 비즈니스 차원에서도 상당한 이익이 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백 회장은 이 생각을 실천에 옮겨 제품을 만들어냈다. “올 하반기에는 병원에서 디자인이 가미된 침대를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병원에서 볼 수 있는 새로운 침대는 어떤 것일까?

우선 침대의 소재부터 바꾸었다. 차가운 쇠를 나무로 대신해 집에서처럼 편안하게 잠들 수 있다. “나무에는 항균 페인트를 발라 환자에게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한다. 침대의 엽벽보호대 장치도 자연에서 모티브를 따 하트나 나뭇잎 모양으로 만들 예정이다. 침대뿐 아니다. 병원의 이동식탁도 천편일률적으로 나무색의 네모 판이다. 백 회장은 “이동식탁도 빨간색이나 하트형으로 디자인하면 시각적으로 일단 즐겁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식욕도 두 배여서 잘 먹고 빨리 나을 수 있을 것이란다.

“얼마 전 타임지 기사를 읽고 감동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간병인이 암에 걸린 여성 환자에게 화장을 예쁘게 해줬더니 수명이 1년 길어졌다는 것입니다. ‘병원에 가 병을 키운다’는 말이 있지요. 침대나 식탁, 식사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위축됩니다. 심리적으로 병을 이기겠다는 마음을 주지 못합니다.”

백 회장의 계획은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그의 커리어가 그 사실을 알려준다. 무엇보다 그는 헬스케어 분야에서 잔뼈가 굵었다. 1981년 마티스 코리아라는 회사명으로 의료사업을 시작해 2005년 현재의 이름으로 회사명을 바꾼 그의 의료사업 경력은 무려 25년이나 된다. “병원에 들어가는 장비는 모두 취급해 봤다”고 말한다.

JH케어의 주요 상품이 전동침대라는 점도 신뢰가 간다. 리모컨 하나로 전체 높낮이는 물론 상하체와 허리 부분의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 이 침대는 대당 가격이 400만원대에 이른다. 당연히 병원에서도 VIP를 위한 병실에만 놓았다. 백 회장은 “VIP를 위한 전동침대에 이어 디자인을 가미한 침대로 일반 환자들의 빠른 쾌유에 도움을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누브티스 대표(kaye@nouveaut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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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균처리된 하트 모양 나무침대로 삭막한 이미지 바꿔
백완규 JH케어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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