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도서관 살리자』 보고서|숭문고 허병두 교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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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학교도서관이 입시 공부방으로 전락한 교육현장에서 우리 아이들에게 정보화시대를 가르친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최근 한 일선 고등학교의 교사가 학교도서관활성화운동을 제기해 화제다. 「이제, 학교 도서관을 살리자」는 연구보고서를 낸 서울 숭문고 허병두교사(31·국어과).
허 교사는 이 보고서에서 「왜 지금 학교도서관을 말하는가」라는 물음에 『그 동안 학교 교육의 실제적 무게중심이 교실에 집중, 운동장과 도서관을 축소해온 환경은 균형 잡힌 인격체 형성에 큰 걸림돌이 돼왔다』 면서 학교도서관이 창조적·자발적인 교육공간으로 자리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요즘 학생들이 책 읽을 시간이 어디 있느냐, 오히려 공부하는데 방해가 된다며 학교 도서관을 가볍게 보거나 적대적(?)으로 보는 시각이 사회에 만연한게 가장 안타까워요』 학교도서관은 자료와 정보를 제공하는 장일 뿐만 아니라 확장된 학습공간이며 일종의 문화 센터라는게 허 교사의 지론. 그는 특히 정보화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학교도서관이 총체적인 정보교류의 출발점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밖에도 허 교사의 보고서엔 그가 직접 학교도서관과 「책누리」라는 도서방을 이끌어온 경험에 바탕을 둔 학교도서관 운영에 관한 정보가 세세히 실려있다. 하이텔· PC서브 등의 도서정보를 비롯, 각종 정보의 수집과 정리를 위해 도움이 될만한 자료를 조목조목 예를 들었으며 도서잔치와 도서반 회보의 발간에 대한 내용까지 상세하게 소개된 것도 특징.
숭문고 동문이기도 한 허 교사는 그 동안 동문회보 편집위원인 이점을 십분 활용, 동문들로부터 약 1천5백여 권의 책을 기증 받는 등 많은 도움을 받았으나 장서량이 8천여 권을 넘어서면서 관리에 한계를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허 교사는 『도서관 운영의 실무를 전담할 사서가 절실치 필요한 실정이며 사서·도서관련예산을 포함, 학교도서관의 활성화는 교육부의 정책적인 지원에 , 달려있다』 면서 학교도서관의 도서관련 예산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당국에 호소했다.
앞으로 뜻을 함께 하는 교사들과 학교도서관 활성화운동을 추진해보고 싶다는 허 교사는 서강대국문과를 졸업, 현재 대학원 박사과정에서 논문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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