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두환에게 생활비 명목 6억원 받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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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한나라당 경선 후보는 19일 "정직하게 살려고 노력했다"며 "이는 돌아가신 부모님의 가르침"이라는 말로 청문회를 시작했다. 말미에선 "대선에서 흠결 없는 지도자가 나오도록 국민이 현명하게 판단해 달라"고 말했다. (※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주석)

◆10.26 직후 행적

-(강훈 변호사) 1979년 10.26 직후 전두환 합동수사본부장에게서 9억원을 받은 뒤 김재규 수사 격려금으로 3억원을 돌려줬다는 얘기가 있다.

"6억원을 받았다. 3억원을 수사 격려금으로 준 사실은 없다. 경황이 없을 때였는데 전 합수본부장 측에서 만나자고 해 청와대 비서실장실로 갔다. 거기서 봉투를 주면서 '이것은 박정희 대통령이 쓰시다 남은 돈이다. 법적 문제가 없다. 생계비로 쓰라'고 전해줘 감사하게 받고 나왔다."(※1980년부터 올 6월까지 소비자물가지수는 3.633배 올랐다. 당시 6억원은 지금 돈으로 환산하면 21억7980만원쯤 되는 셈이다.)

-결국 청와대에서 나온 돈 아닌가.

"그렇다."

-공적인 목적의 돈 아닌가.

"공금이라기보다 (아버지가) 격려금으로 주시기도 했던 돈이 아닌가 생각된다.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쓰다 남은 것이고 유자녀가 쓰는 데 아무 문제가 없으니 받으라고 했다. 나로선 다르게 생각할 여지가 없었다."

-(권성동 변호사) 일부 언론은 전두환의 지시에 따라 경남기업 신기수 회장이 82년 서울 성북동 주택을 줬다고 한다.

"신 회장이 아버님과의 인연으로 성북동에 집을 마련했다. (아버지) 유품을 보관할 장소가 있어야 하니 이사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해 받아들였다."

-증여세는 납부했나.

"법적으로 세금 관계나 모든 것의 처리를 알아서 한다고 해서 믿고 맡겼다."

-박 후보가 추천해 신 회장도 영남대 이사를 한 것 아닌가.

"아니다. 학교 발전에 도움이 되는 분들 중 신 회장도 거론돼 추천된 것으로 안다."

-경남기업은 83년까지 영남대에서 수의계약으로 네 건을 수주했는데 이 시기는 성북동 주택의 무상 취득 시기와 겹친다. 대가가 있는 것 아닌가.

"전혀 그렇지 않다. 생활관 건축 의결은 내가 취임한 80년 4월 이전의 일이다. (신 회장이) 영남대 건설을 맡은 것은 수의계약이 아니라 경쟁입찰로 기억한다. 교비로 집행하는 것이라 내가 관여할 여지도 없었다."

◆정수장학회.육영재단.영남대 관련

-(김봉헌 전 국세심판소장) 정수장학회의 전신인 5.16장학회는 강제 헌납받은 재산으로 설립됐다는 의혹이 있다.

"강제 헌납 주장은 동의할 수 없다. 이 주장이 사실이 아님을 입증할 자료를 정수장학회에서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국가 헌납 등을 검토해 이 문제를 털 용의가 있나.

"이사장을 그만둔 지 오래다. 권한도 없는 사람이 이래라저래라 할 문제가 아니다."

-(정주교 변호사) 일부 언론은 박 후보가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역임하며 수억원을 탈세했다고 보도했다.

"섭외비를 받았는데 이는 납세 의무가 없다 후에 법이 바뀌었다. (세금 납부가) 누락된 것을 알고 세무사 자문에 따라 소득세를 납부했다."

-(박상길 변호사) 박 후보는 영남대 재단 이사장을 역임했는데 87, 88년 영남대에서 부정 입학 사건이 발생했다.

"부정 입학과 관련해선 총괄책임자가 김기택 전 총장 아닌가. 어떻게 내가 알 수 있나."

-(강훈 변호사) 81년 영남대 재단 이사장이 되고 1년 뒤 학교 정관에 '교주 박정희'라는 이름이 삽입됐는데 박 후보도 이사회에서 이를 찬성했나.

"그렇다. 반대했겠습니까?"

-김 전 총장은 검증위에 김정욱씨 등 4인의 이사를 박 후보가 임명했다는 확인서를 제출했다.

"김 전 총장은 이명박 후보 캠프에서 정책자문단으로 일하고 대구지역 사조직을 운영하면서 이 후보를 위해 뛰고 있는 분이다. 과연 신빙성이 있나."

◆박정희 전 대통령 평가

-(김명곤 변호사) 검찰이나 중앙정보부가 최태민 목사에 대한 혐의를 밝히고도 대통령의 딸과 관계된 것이라 덮어버린 거 아닌가.

"아니다. 아버지는 문제가 있는데도 결코 용서하거나 그냥 덮어버리는 분이 아니다."

-(보광 스님)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과에 대해 말해 달라.

"5.16혁명은 구국을 위한 혁명이었다고 본다. 유신체제에 대한 판단은 역사에 맡겨야 한다."

-고 장준하 선생 가족을 만나 사과했는데 대통령이 되면 반유신 세력과 어떻게 지낼 것인가.

"한나라당은 산업화.민주화 세력이 합친 정당이고, 저를 도와주시는 분 중 민주화에 헌신한 분도 많이 계신다. 민주화.산업화를 넘어 국민의 마음이 하나가 되는 국민 대통합으로 선진화를 이루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

◆정치 현안

-(이동영 교수) 복당 과정에서 2억원을 받았다고 밝혀졌는데.

"당에 들어오며 중앙선대위 의장을 맡았다.사무총장에게서 2002년 11월 26일과 12월 7일 각각 1억원씩 선거활동 운영자금으로 받았다. 합당 조건으론 한 푼도 받지 않았다."

채병건 기자

박 대통령 집무실서 찾은 통치 비자금

◆전두환이 줬다는 6억원은=1979년 10.26 (박정희 대통령 시해 사건) 뒤 전두환 소장의 합동수사본부는 청와대의 박 대통령 집무실을 조사했다. 집무 책상 옆에 높이 1m쯤 되는 금고가 있었다. 그 안에 이른바 '통치 비자금'이 9억5000만원 들어 있었다.

합수본부는 그중 6억원을 박근혜 후보에게 주고 영수증을 받았다. 나머지 3억5000만원과 관련, 88년 12월 전두환 전 대통령은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 "계엄사령관의 허가를 받아 1억원은 합수본부의 수사비로 쓰고 2억원은 육군참모총장에게, 5000만원은 국방부 장관에게 전달했다"고 증언했다.

정승화 당시 계엄사령관 겸 육군참모총장은 생전 인터뷰에서 "김계원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을 조사하다가 청와대에서 아무 데도 기록되지 않은 돈 9억원을 찾아냈다. 박 대통령께서 남긴 재산이 없어 가족의 생계가 어려울 것 같아 6억원을 근혜양에게 줬다"며 "2억원을 내게 가져와 어이가 없어 엄중한 주의를 준 뒤 돌려주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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