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초단 돌풍에 편승해 한상훈·배준희 등 초단들을 2장으로 중용한 팀들은 쓰라린 실패에 할 말을 잊고 있다. 대신 2장과 3장에 김지석과 홍민표를 제대로 적중시킨 영남일보는 6연승으로 휘파람을 불며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2007 한국바둑리그에서 18세 신예 강호 김지석<左> 3단이 5승1패로 2장 중 최고 성적을 거두며 팀이 선두를 질주하는 데 수훈을 세우고 있다. 사진은 목진석 9단과의 복기 장면.左>
주장에선 이세돌(4승0패), 이영구(5승1패), 이창호(4승1패), 최철한(4승1패), 조한승(4승1패)까지 5명이 승률 80%를 넘겼고 3승2패를 거둔 원성진과 백홍석, 2승3패의 박영훈 등 3명만이 제몫에 미달했다. 차이도 크지 않아 주장들의 역할은 팀 순위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2장과 3장은 그야말로 희비의 쌍곡선을 연출했고 이것이 팀의 성적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2장(목표 승률 65%)=선수 선발은 강동윤-안조영-김지석-목진석-한상훈-유창혁-배준희 순으로 이뤄졌고, 박정상은 KIXX의 우선지명 선수였다(각 팀은 지난해 선수 중 한 명에 대해 우선지명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 중 김지석은 박영훈, 목진석 등 상대 팀 에이스들을 격파하는 등 5승1패(승률 83%)의 수훈을 세우며 2장 중 최고의 해결사 역할을 하고 있다. 영남일보 6연승의 1등 공신이라 할 수 있다. 유창혁은 어언 40이 넘은 나이 탓에 선발 때는 2장 중에서도 뒤로 밀렸으나 3전 전승으로 100% 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관록이 힘을 쓰지 못하는 한국리그에서 거의 유일한 예외가 아닌가 싶다. 여기에 4승1패(승률 80%)를 기록 중인 강동윤까지 3명만이 2장으로서의 기대치를 충족하고 있다.
▶3장(목표 승률 55%)=선수 선발은 고근태-송태곤-홍민표-홍성지-루이나이웨이(芮乃偉)-이희성-조훈현 순이었고, 윤준상은 월드메르디앙의 우선지명 선수였다.
이 중 윤준상은 실제로는 주장급 선수여서 그를 3장으로 보장받은 월드메르디앙이 처음에 최강의 우승후보로 지목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윤준상은 3승2패(승률 60%)로 간신히 3장 몫을 하는 데 그쳤고, 이 점은 월드메르디앙의 팀 성적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쳤다. 현재 2위라고는 하지만 선두와는 큰 차이가 나고 있는 것이다.
대신 영남일보의 홍민표는 4승1패(승률 80%)를 거두며 김지석과 함께 팀의 허리를 두텁게 떠받치는 쌍두마차 역할을 제대로 해내고 있다. 지난해 부진했던 고근태(3승1패·75%)도 난조를 보이고 있는 팀을 이끌고 있다. 송태곤은 2승2패(50%)로 약간 미진한 정도. 그러나 3장 중 막차로 선발된 조훈현은 1승3패(25%)로 제몫을 해내지 못하고 있고 루이나이웨이(0승3패)와 이희성(0승4패)은 단 1승도 건지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을 보이며 팀이 하위로 떨어지는 것을 가슴아프게 지켜보고 있다.
지난해 꼴찌였던 영남일보는 운도 따르는 데다 5장으로 우선지명한 허영호가 3승무패를 달리는 호재까지 겹쳐 올해는 지난해의 아픔을 두 배로 설욕하고 있다. 감독을 맡고 있는 최규병 9단이 선수 선발에서 박수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치문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