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리그 성적표 ‘이장’에게 물어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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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선수 선발 때부터 팀마다 뚜렷한 시각 차가 있었다. 특히 2장과 3장 선발에서 감독들의 견해는 심하게 엇갈렸다. 한국 바둑의 판도가 그만큼 가파르게 요동치고 있었기에 벌어진 현상이었다. 결과도 판이하게 나타나고 있고, 결국 2장과 3장의 극단적인 성적표가 팀의 성적을 좌우하고 있다. 한국바둑리그는 어언 정규리그 14라운드 중 6라운드를 지나고 있다. 과연 누가, 어느 팀이 옳았을까.
 
우선 초단 돌풍에 편승해 한상훈·배준희 등 초단들을 2장으로 중용한 팀들은 쓰라린 실패에 할 말을 잊고 있다. 대신 2장과 3장에 김지석과 홍민표를 제대로 적중시킨 영남일보는 6연승으로 휘파람을 불며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2007 한국바둑리그에서 18세 신예 강호 김지석<左> 3단이 5승1패로 2장 중 최고 성적을 거두며 팀이 선두를 질주하는 데 수훈을 세우고 있다. 사진은 목진석 9단과의 복기 장면.

1지명, 즉 주장은 75% 이상의 성적을 올려야 제몫을 했다고 할 수 있다. 2장은 65%, 3장은 55% 이상을 올려야 하고 여기까지가 팀의 주력이라 할 수 있다. 4장은 40%, 5장은 30%, 6장은 35% 정도의 승률이 제몫이다(팀의 와일드카드인 6장은 5장보다 출전 빈도도 높고 승률도 높은 편이다).
 
주장에선 이세돌(4승0패), 이영구(5승1패), 이창호(4승1패), 최철한(4승1패), 조한승(4승1패)까지 5명이 승률 80%를 넘겼고 3승2패를 거둔 원성진과 백홍석, 2승3패의 박영훈 등 3명만이 제몫에 미달했다. 차이도 크지 않아 주장들의 역할은 팀 순위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2장과 3장은 그야말로 희비의 쌍곡선을 연출했고 이것이 팀의 성적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2장(목표 승률 65%)=선수 선발은 강동윤-안조영-김지석-목진석-한상훈-유창혁-배준희 순으로 이뤄졌고, 박정상은 KIXX의 우선지명 선수였다(각 팀은 지난해 선수 중 한 명에 대해 우선지명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 중 김지석은 박영훈, 목진석 등 상대 팀 에이스들을 격파하는 등 5승1패(승률 83%)의 수훈을 세우며 2장 중 최고의 해결사 역할을 하고 있다. 영남일보 6연승의 1등 공신이라 할 수 있다. 유창혁은 어언 40이 넘은 나이 탓에 선발 때는 2장 중에서도 뒤로 밀렸으나 3전 전승으로 100% 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관록이 힘을 쓰지 못하는 한국리그에서 거의 유일한 예외가 아닌가 싶다. 여기에 4승1패(승률 80%)를 기록 중인 강동윤까지 3명만이 2장으로서의 기대치를 충족하고 있다.

박정상(2승2패)과 목진석(2승4패)은 이름값이나 타 기전의 성적에 비해 한국리그에서 유독 부진한 편이고, 이 점은 팀의 순위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가장 결정적인 대목은 파격적으로 2장에 발탁된 한상훈과 배준희, 두 초단의 부진이다. 올 봄 바둑계를 뒤흔든 초단 돌풍의 주역이었던 한상훈은 1승5패(승률 17%)로 거의 5장급 성적이고 배준희는 0승3패, 승률 제로로 과감하게 그들을 선발한 감독의 얼굴을 뜨겁게 만들고 있다.

▶3장(목표 승률 55%)=선수 선발은 고근태-송태곤-홍민표-홍성지-루이나이웨이(芮乃偉)-이희성-조훈현 순이었고, 윤준상은 월드메르디앙의 우선지명 선수였다.

이 중 윤준상은 실제로는 주장급 선수여서 그를 3장으로 보장받은 월드메르디앙이 처음에 최강의 우승후보로 지목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윤준상은 3승2패(승률 60%)로 간신히 3장 몫을 하는 데 그쳤고, 이 점은 월드메르디앙의 팀 성적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쳤다. 현재 2위라고는 하지만 선두와는 큰 차이가 나고 있는 것이다.

대신 영남일보의 홍민표는 4승1패(승률 80%)를 거두며 김지석과 함께 팀의 허리를 두텁게 떠받치는 쌍두마차 역할을 제대로 해내고 있다. 지난해 부진했던 고근태(3승1패·75%)도 난조를 보이고 있는 팀을 이끌고 있다. 송태곤은 2승2패(50%)로 약간 미진한 정도. 그러나 3장 중 막차로 선발된 조훈현은 1승3패(25%)로 제몫을 해내지 못하고 있고 루이나이웨이(0승3패)와 이희성(0승4패)은 단 1승도 건지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을 보이며 팀이 하위로 떨어지는 것을 가슴아프게 지켜보고 있다.

지난해 꼴찌였던 영남일보는 운도 따르는 데다 5장으로 우선지명한 허영호가 3승무패를 달리는 호재까지 겹쳐 올해는 지난해의 아픔을 두 배로 설욕하고 있다. 감독을 맡고 있는 최규병 9단이 선수 선발에서 박수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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