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돈 안드는 선거와 새 인물을 원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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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새해를 맞아 실시한 각 언론사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지금 국민이 정치권에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 분명해진다. 한마디로 정치개혁을 하라는 것이다. 정치개혁은 정치자금의 투명화와 새 인물로의 교체로 요약된다. 검은 돈의 정치권 유입을 차단하고, 정치자금의 출입을 유리알처럼 들여다 볼 수 있게 하고, 돈 적게 드는 선거 시스템을 마련하고, 구태 정치에 물든 정치인을 참신한 인물로 바꾸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당장 할 일이 있다. 조만간 재구성키로 한 국회의 정치개혁특위는 정치개혁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지난해 정개특위는 정치개혁안을 마련하는 데는 무관심했고, 국회의원 숫자와 선거구 획정 등에만 몰두하면서 국민의 여망을 외면했다.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원 수를 조정하는 문제는 국민의 관심사와는 거리가 먼 정치인들만의 얘기일 뿐이다. 새 정개특위는 선거구 획정 문제를 빨리 마무리짓고 정치개혁 방안을 보다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가 내놓은 안이 그 지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올해는 정치개혁 원년이 돼야 한다"고 하면서 열린우리당 지원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이중적 태도다. 대통령이 사활을 걸고 선거에 개입하면 관권선거 논란으로 이어질 것이며, 결과적으로 정치발전에 장애요인이 된다. 盧대통령이 진심으로 정치개혁을 원한다면 선거에 초연한 입장에서 정치권 전체에 대해 정치개혁을 촉구하는 게 차라리 효율적일 것이다.

여론조사에서는 또 정치권 물갈이에 대한 욕구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총선 승부처인 서울과 한나라당의 지지 기반인 영남, 민주당 지지 기반인 호남에서 정치 신인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 크다. 군사정권과 양金시대 수십년간 지역감정에 편승해 선수(選數)를 쌓은 한나라당의 영남 중진과 민주당의 호남 중진에 대해 국민의 누적된 불만이 적지 않다. 올해는 총선이 있는 해다. 각 당은 기득권 지키는 데 급급할 게 아니라 정치개혁과 좋은 인물 내세우기 경쟁에 나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