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원폭, 어쩔 수 없었던 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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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일본의 규마 후미오(久間章生) 방위상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원자폭탄 투하를 당연시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가 파문이 일자 발언을 취소하고 사과했다.

규마 방위상은 지난달 30일 한 대학 강연에서 "미국은 일본이 질 것임을 알면서도 굳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떨어뜨렸고 그것으로 전쟁이 끝났다"고 말했다. 그는 "다행히 홋카이도(北海道)가 점령되지 않고 끝났지만 잘못됐으면(전쟁이 빨리 끝나지 않았으면) 옛 소련에 넘어갈 뻔했다"며 소련의 일본 점령을 막기 위해 원폭을 사용한 측면이 있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그는 이어 "비참한 꼴을 당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이에 대해 미국을 원망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규마 방위상의 이 같은 발언이 알려지자 비판 여론이 각계에서 빗발쳤다. 제 1야당인 민주당의 간 나오토(菅直人) 대표대행은 "원폭 투하 그 자체를 용인하는 자세는 일본의 주장과 모순된다"고 비난했다. 일본 원수폭피해자단체협의회 야마구치 센지 대표위원은 "1996년 국제사법재판소의 권고 의견에서처럼 원폭 투하가 국제법에 위반된다는 점을 방위상은 모르는가"라며 발언 철회를 요구했다. 파문이 일자 규마 방위상은 1일 나가사키에서 가까운 시마바라(島原)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 발언이 피해자들을 경시한 인상을 준 데 대해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발언을 철회했다.

도쿄=예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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