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자의 경제시책 과제(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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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영삼대통령당선자가 주창하는 「신한국 창조」의 중심은 경제다. 그가 내걸었던 집권공약의 거의 절반은 신한국으로의 재도약을 위한 경제정책으로 채워져 있다. 「신경제 구상」으로 제시된 이들 정책이 어느 정도의 실현성을 가질 것인지,또 앞으로 기업과 가계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를 현재 가늠하기란 매우 어렵다. 그만큼 상황변수가 많고 하나의 정책이 확정되기까지 복잡한 절차와 점검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당선자는 변화와 개혁을 바라는 국민의 의사를 충실히 반영하기 위해 무엇보다도 확실성의 증대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경제주체들의 효율적인 경제활동을 결정하는 첫번째 조건이다. 6공 1기는 민주화와 경제발전의 결합에 어정쩡한 자세를 취해왔으며 안정과 성장정책을 조화시키지 못한채 흔들렸다. 미래에 대한 불안은 기업의 투자의욕을 떨어뜨리는 결정적인 요소다. 생산부문에 더 이상 돈을 들이지 않겠다는 기업가가 늘어나는 것을 단순히 경기순환 과정이나 산업구조 조정기의 한 현상으로만 해석해서는 안된다. 당선자는 그가 주장하는 신경제 구상이 어떤 정책기조로 다듬어져 통제와 게획의 틀을 깨고 참여와 창의를 북돋우게 될 것인가를 확실하게 해주어야 한다.
둘째,그가 거듭 강조해온 「강력한 정부」의 개념은 각종 경제행위 규제완화 방침과 어떻게 조화되는가에 대한 설명이 요구된다. 간섭과 규제위주에 치우친 정부의 기능을 고쳐 민간경제의 활성화를 촉진하려면 정부관료 및 기득권층의 인식전환이 선행되어야 하며,당선자는 효율성을 앞세운 정책 추진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민자당이 공약한 「전면적인 재정 및 금융제도의 개편」도 불가능하다.
셋째,당선자는 경제정책의 구체적인 사항에까지 직접 언급해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도록 지시하는 일을 극력 피해야 한다. 대통령이 통화 목표를 몇%까지 지키겠다고 한다든가,또는 내년 물가를 어느 선에서 억제하라고 한다면 이는 시장경제의 기능을 부정하는 것이며,경쟁원리를 처음부터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규제완화 약속과도 상치된다. 선거유세에서 행한 「대통령직을 걸고 쌀시장 개방은 막겠다」는 등의 발언은 자제되어야 한다. 이제 대통령은 지구차원의 문제를 생각해야 하고 무국경 경제에서 농민을 위한 정책을 강구해야 할 처지다.
넷째,너무 많은 조직과 기구의 발족은 억제되어야 한다. 한시적인 「신경제 준비단」에 이어 「농어촌 발전특별위」「부정방지위」 등이 계속 설치될 것으로 공약되어 있다. 지나치게 과시적인 면을 피하고 기존의 조직을 개편하는 방법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유명무실한 몇몇 자문위·심의위의 재판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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