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해외칼럼

중국만의 독특한 자본주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4면

중국은 지금 활기에 넘쳐 있다. 다가오는 올림픽과 엑스포에 마음 설레며 성공을 향해 달리는 사람으로 가득 찼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을 올리고, 가장 큰 댐과 가장 빠른 기차를 만들며, 가장 많은 외환을 보유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갈수록 나빠지는 환경과 소득 불균형에 대해 별로 고민하지 않는다는 것도 사실이다.

이 나라에선 최근 몇십 년 동안 고용과 소득 증가로 3억 명이 가난에서 해방됐지만, 아직도 내륙 농촌지역을 중심으로 2억 명의 빈곤 인구가 존재한다. 농촌과 도시, 이 ‘두 중국’의 차이는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다.

스스로 ‘공산주의 국가’라고 부르는 나라에서 발생하는 이러한 부조화의 근본 원인은 우리가 흔히 ‘네덜란드 병’이라고 부르는 현상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 용어는 1960년대 네덜란드에서 일었던 천연가스 붐에서 유래했다. 원자재 수출이 급증하면서 외환 유입이 크게 늘고 이로 인해 환율이 강세를 보이는 현상을 설명하는 용어다.

중국은 노동집약적 산업 제품의 수출로 대규모 무역흑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막대한 외환을 갖게 됐다. 거액의 해외 직접투자가 계속 유입되고 몇몇 투기자본도 진출하면서 이런 현상은 더욱 도도해지고 있다.

80년대 후반 이후 중국의 누적 무역흑자는 3860억 달러에 이른다. 해외 직접투자(FDI) 유입은 9940억 달러나 된다. 외환보유액은 1조 달러를 넘었다. 중국 정부도 이제 돈이 쏟아져 들어오는 것을 막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하지만 중국은 네덜란드와 달리 국제적인 압력에도 불구하고 위안화 절상을 막아왔다. 그 결과 네덜란드 병을 그럭저럭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중국도 피할 수 없는 게 있다. 막대한 외환 유입이 환율을 바꾸지는 못하고 있지만, 정부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다는 점이다. 넘쳐나는 돈으로 개혁의 동기 부여가 사라지고 합리적 의사결정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 돈이 쏟아져 들어오는 한 누구도 앞장서서 내부의 문제점을 지적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위안화가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적고 저평가된 데다 금융시스템도 미성숙한 상태에서 계속 외환이 몰려오는 바람에 중국 정부는 국민의 투자 열기를 통제할 능력을 잃었다. 게다가 부패마저 만연해 내륙의 정정이 더욱 불안해지고 있다.

수하르토 체제 하의 인도네시아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당시 인구밀도가 높은 자바섬과 유전이 있는 주변 섬 지역이란 두 개의 인도네시아가 존재했다. 자바는 풍부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중국처럼 노동집약형 제품을 수출할 수 있었다. 유가가 상대적으로 낮을 때도 국가 경영에는 별로 문제가 없었다. 개혁이 권장되고 합리적인 환율이 유지되면서 자바의 경공업 수출에도 좋은 여건이 제공됐다. 그러나 유가가 오르자 국영석유회사 페르타미나의 회장이 전횡을 부렸다. 개혁은 좌절됐고 부패가 만연했다. 돈을 마구 빌려 무모하게 투자했다. 정실적 자본주의(crony capitalism)도 만연했다.

달리 말해, 막대한 외환보유액은 정책 변화를 어렵게 만든다. ‘천연자원의 저주’는 만약 제도적으로 관리가 안 된다면 노동력이 넘치고 외자가 쏟아져 들어오는 상황과 유사한 결과를 가져온다. 이때 발생하는 것이 ‘정실적 사회주의’이거나 내 표현대로라면 ‘중국 특유의 네덜란드 병’이라 부를 수 있는 현상이다.

여기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분명하다. 금융개혁이다. 그것은 더욱 경쟁력 있는 은행 시스템을 포함한다. 채권시장도 만들고 더 유연한 환율 제도도 도입해야 한다. 또 6∼7%의 차분한 성장도 받아들여야 한다. 개발도상국에는 장기적으로 이 정도 성장률이 차라리 나을 수 있다.

구스타브 라니스
미국 예일대 국제경제학과 명예교수

정리=박경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