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제41기 KT배 왕위전' 청천벽력의 한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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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도전기 1국>
○·윤준상 6단(도전자) ●·이창호 9단(왕위)

◆제2보(14~31)=14 밀 때 15로 빠진 수는 백으로 하여금 패망선(2선)을 좀 더 오래 기게 만들려는 것이다. 그러나 2선을 패망선이라 부르는 이유는 함부로 기지 말라는 경계의 뜻일 뿐, 22만 해도 우변이 제아무리 급하지만 이곳을 손빼는 프로는 없다. 귀가 죽지 않는데 왜 손빼지 않느냐. 이유는 단 한 가지. 흑이 22의 곳을 막는 수가 선수가 되기 때문이다. 이런 곳을 선수당하느니 우변에서의 핍박을 견디는 게 낫다.

22에서 과거 전성기의 유창혁 9단은(그는 지금 벌어지는 흑 포석의 창안자이기도 한데) '참고도1' 흑1로 씌웠다. 이 벙벙하고 덤덤한 수가 "대범한 공격. 매우 좋다"는 찬사를 받았다. 이창호 9단은 그러나 23으로 파고들었고 윤준상 6단도 기다렸다는 듯 24로 붙였다. 흑이 젖히면 백은 젖히는 쪽을 끊고 반대 쪽을 버린다. 말하지만 '참고도2' 같은 그림이 된다.

그게 별게 없다고 봤으므로 이창호 9단은 23에서 27까지 타고 넘어갔고 백도 28로 틀을 잡았다.

30으로 두 칸 뛰면서 윤준상은 본능적인 어떤 예감 때문에 잠시 망설였다고 한다. 그렇다고 한 칸 뛰기엔 너무 고지식해 보여 결국 두 칸을 뛰고 말았는데 신기하게도 그 예감이 맞아떨어졌다고 한다. 이 9단이 31의 옆구리에 붙여오는 청천벽력의 한 수를 결행해 왔기 때문이다.

(윤준상)="막연히 그곳을 두어올지도 모른다고 느꼈지만 상대가 이창호 9단이라 설마 했지요."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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