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후보는 안된다(분수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험구와 독설로 유명한 영국의 극작가 버나드 쇼는 선거를 「진흙탕 목욕」으로 비유한 일이 있다. 선거전에 휘말려 들면 누구나 진흙탕물을 뒤집어 쓰게 된다는 뜻이다. 그래서 그는 선거를 전쟁만큼 나쁜 정신적 전율이라고 했다. 로마의 철학자 기케로도 선거를 「고약한 풍습」으로 보았다. 벼슬하겠다고 남을 헐뜯고 자기 선전을 하며 서로 싸우고 다투는 일이야 말로 가장 추악한 일이 아니고 무엇이냐고 그는 반문했다. 실제로 요즘 우리의 대선풍토를 보고 있노라면 모두가 진흙탕속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선거를 그런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봐서는 안된다. 영국의 역사가 HG웰스는 선거를 민주주의의 의식이요,축제라고 했다. 그뿐 아니라 「투표는 총알보다 강하다」는 명언을 남긴 사람은 링컨이다.
비록 오늘 우리의 선거가 축제처럼 즐겁고 유쾌한 잔치마당은 못될지언정 총칼 앞에서 아무소리 못하고 우리의 권리를 박탈당했던 지난 세월을 돌이켜 보면 그나마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이제 그 민주주의 의식의 날도 며칠 남지 않았다. 정말 누구를 찍어야할 것인가. 아직도 많은 유권자들은 고심하고 있다. 그러나 누구를 찍느냐에 고심하기에 앞서 우선 이런 후보는 안된다고 한번 생각해보자.
①돈봉투·선물·향응으로 표를 사려하는 후보 ②불가능한 인기공약을 남발하는 후보 ③지역감정에 호소하는 후보 ④지나치게 혈연이나 학연에 의존하는 후보 ⑤과거 이당 저당을 너무 자주 왔다갔다한 후보 ⑥거짓말을 하고도 안했다고 딱 잡아떼는 후보 ⑦여자문제 등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었던 후보 ⑧평소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에 무관심했던 후보 ⑨과거 이권문제에 깊숙이 개입했던 후보 ⑩오늘만 알고 내일을 모르는 후보.
자,이렇게 열거하고 보면 여기에 해당되지 않을 후보는 한사람도 없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그중에서도 비교적 해당사항이 적은 후보에게 찍을 수 밖에 없다.
「민주주의 제도에서 유권자 한사람의 무지는 모든 사람의 불행을 가져온다」­. 케네디의 말을 명심하자.<손기상논설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