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기준 명확히 해 선거 댓글 혼란 막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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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연말 대통령 선거에 관한 인터넷 댓글의 허용 범위가 논란이다. 중앙선관위는 선거 180일 전인 22일부터 인터넷에 특정 후보를 지지·반대하는 글을 올릴 수 없다며 단속에 나섰다. 공직선거법에는 이를 위반할 경우 400만원 이하 벌금과 2년 이하 징역형을 부과하도록 돼 있다. 포털의 게시글은 물론 댓글이나 개인 블로그까지 단속 대상이다.

 이 때문에 네티즌의 반발이 거세다. 선관위에 항의전화나 비난 글은 물론 심지어 ‘나는 ○○후보를 지지하는데 나를 고발하라’며 막무가내로 반항하는 사람까지 있다. 현실적으로는 지속적·반복적 글이 아니면 거의 단속하지 않는다. 중앙선관위가 지난해 6월부터 올 5월까지 단속한 인터넷 게시글 1만9750건도 대부분 삭제하는 것으로 끝냈고, 수사의뢰·고발한 것은 허위사실 공표와 관련된 13건뿐이다.

 선거의 주인은 국민이며, 자유로운 의사 개진이 허용돼야 한다는 네티즌들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 정치적 무관심이 사회문제가 돼 있는 마당에 인터넷을 통한 정치토론을 무조건 단속만 할 일도 아니다. 법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다면 충분히 검토해 손질해야 한다. 하지만 법을 고치기 전에는 법 규정을 지키는 게 당연하다. 특히 선거 판에는 합리적인 법규까지 흠집을 내 어떻게든 자신에게 유리하게 끌고가려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도 법질서를 수호해야 할 현직 대통령이 앞장서 선거법을 어기고 공격해 법을 무력화하고 있으니 답답한 일이다. 우리는 댓글과 관련한 네티즌의 반발이 이런 현실과도 무관치 않다고 본다.

 선거법을 당장 바꾸기는 어렵다. 이해관계가 얽혀 공정한 선거관리만 어렵게 된다. 선거 댓글을 허용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동원 인력에 의한 여론 조작이나 허위 비방의 우려가 있다. 인터넷의 속성상 관리도 어렵고, 뒷북만 칠 가능성도 크다. 그러니 관계기관들이 충분한 시간을 갖고 검토해야 한다. 우선은 선관위가 현행 법규상 허용할 수 있는 범위를 명확히 해, 현실과 법 집행의 괴리와 혼란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