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칼럼] 사회복지 시스템 고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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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를 겪으면서 전통적인 가족과 공동체 위주의 가치관 붕괴로 우리는 사회적으로 많은 혼란을 경험하고 있다. 일자리를 못 구해 부모에게 한달에 50만원씩 받아 생활하던 젊은 아빠는 부부싸움 끝에 어린 아이들을 한강에 던져버렸다. 이런 일들이 그치지 않고 일어나는 것은 빈곤 때문만은 아니다.

지난 5년 동안 국민의 복지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정부의 복지정책이 대폭 확대되고 사회복지부문 예산도 증가되었다. 복지예산은 6년 전보다 세배나 늘었다. 사회복지관.재가 복지센터.주간 보호센터.단기 보호시설.아동학대예방센터.가정폭력상담소.각종 쉼터 등 다양한 사회복지 시설들도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작 국민은 그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복지 예산을 국민에게 전달하는 시스템이 효율적이지 못하고 체계화돼 있지 못한 까닭이다.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때 언제라도 손을 내밀 수 있는 공공 복지기관이 주변에 없다.

정부는 사회복지사무소 설치에 앞서 우선 내년부터 2년간 전국 6개 시.군.구에서 사회복지사무소 시범사업을 한 후 그 결과에 따라 전국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아직까지 시범사업을 위한 기본 계획조차 확정하지 못해 올해 중 시범지역을 선정하려는 일정이 계속 지연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복지사무소 시범사업의 성패를 정할 인력구성에 있어서 열쇠를 쥐고 있는 행정자치부는 국민의 복지를 향상시키기 위해 적극적인 지원을 하고 있는가 묻고 싶다.

사회복지사무소가 설치되면 주민에 대한 복지서비스를 더욱 전문화하고, 지역사회 복지의 중심 축으로서 주민생활의 편의를 제공할 정보제공이 확대될 것이며, 주민이 필요할 때 언제라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루 속히 사회복지사무소가 설치돼 문제가 발생할 때 누구를 찾아가야 할지 몰라 어려움을 겪는 국민은 없어야 한다.

박경숙 경기대 교수 사회복지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