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대부흥 100주년 대회' 준비위원장 조성기 목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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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꼬박 100년이 흘렀다. 1907년 평양에선 '성령'이 폭풍처럼 몰아쳤다. 1903년 감리교 로버트 A. 하디 선교사의 통절한 회개가 '출발점'이었다. 그는 집회 때마다 설교에 앞서 자신의 죄를 먼저 참회했다. 외국인 선교사의 거침없는 고백과 참회 앞에서 교인들의 회개도 터져 나왔다.

이런 '회개'의 바람이 1907년 평양의 장대현 교회에 불었다. 그리고 거대한 불길이 되어 한반도 전역으로 펴져 갔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영국 런던타임스 기자는 "초대 교회 오순절(예수의 부활 이후 50일째 되는 날로 성령이 강림한 날) 이후 첫 오순절 체험이 아닌가"라고 평가할 정도였다. 그만큼 광범위한 성령 체험이었다.

7월2일부터 '2007 한국교회대부흥 100주년 기념대회'가 열린다. 개신교 보수와 진보가 뭉쳐서 '1907년'을 기리는 행사다. 기념대회의 가장 핵심적인 행사인 '상암서울대회(7월8일 오후 6시, 상암월드컵경기장)'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는 조성기(59.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 사무총장) 목사를 18일 만나 '1907년'을 물었다.

한국 교회 발전의 밑거름이 된 1907년 평양대부흥 성회의 모습.[중앙포토]


-평양대부흥의 불씨는 '회개'였다. '회개'란 뭔가.

"성서에 있는 하나님 앞에 '나'라는 실존을 세워보라. 실존적 개인을 세워도 좋고, 개별 교회를 세워도 좋다. 그리고 비춰보라. 하나님 앞에서 무엇이 잘못됐나를 짚어 보라. 그걸 자각하는 일, 그게 회개이다."

-그럼 회개는 뉘우침인가.

"단순한 뉘우침이 아니다. 우선 하나님 앞에 '나'를 완전히 발가벗겨 놓아야 한다. 그리고 깨달아야 한다. 하나님 말씀에서 무엇이 어긋났는가를 각성해야 한다. 그런 뒤에는 돌아서야 한다. '이렇게 살아선 안 되겠다'라는 결단이 있어야 한다. 삶의 방향을 돌려야 한다.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그걸 자신의 삶 속에서 실천으로 옮겨야 한다. 그래서 회개는 '각성'-'회심'(메타노이아)-'삶 속 실천'의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그래야 진정한 '회개'라고 본다."

-1907년의 교회와 2007년의 교회, 둘의 간격은.

"간격이 있다. 교회도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교회가 뭔가. 보이는 교회, 건물로서의 교회가 전부가 아니다. 교회에 다니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교회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의 회개가 교회의 갱신으로 이어져야 한다. 시대도 바뀌고, 역사적 상황도 다르지만 교회는 100년 전, 한국교회 부흥의 시기로 돌아가고자 한다."

-그 간격의 이유는.

"요즘 사람들의 기도 소리를 들어보라. 기복주의 신앙이 많다. 그건 개인들의 신앙적 이기심에 불과한 것이다. 그런 기복주의가 간격의 이유다. 또 신앙적, 성서적 가치와 실제 삶이 하나가 되지 못하는 모습들도 간격이 생긴 이유다."

-예를 들면.

"교단 총회장 선거에 금권이 난무하고, 교회 세습 문제로 사회적 물의를 빚는 등 교회 내부의 부끄러운 모습들이 있었다. 믿음과 행함이 하나가 되지 못한 까닭이다. 신행일치(信行一致)의 삶을 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왜 1907년이었나.

"당시는 풍전등화였다. 나라가 망할 참이었다. 을사늑약이 체결되고, 곳곳에서 의병이 일어났다. 걸음마 단계였던 당시 교회에도 갈등이 있었다. 외국인 선교사들은 정치적 상황에 대해 침묵했다. 미국이 러시아의 남진을 막기 위해 친일정책을 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족 지도자들은 외국인 선교사들과 충돌하기도 했다. 교회 안팎으로 위기감과 절망감이 한껏 고조돼 있었다."

-그런 위기감과 성령의 관계는.

"사람들은 '내가 뭘 할 수 없다. 내가 어찌할 수 없다'란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런 절박한 위기 가운데 자신을 열었다. 불가항력적인 상황 속에서 '그분만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매달렸다. 하나님 앞에 벌거벗고 선 것이다. 그렇게 자신을 연 것이다. 그렇게 열고 있으니 성령께서 들어왔고, 또 들어올 때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이다. 인간의 위기, 인간의 절망은 하나님이 개입할 기회다."

-2007년의 한국은 어떤 상황인가.

"똑같은 위기라고 본다. 사회적 반윤리성, 부동산과 청소년 문제, 교육과 환경 문제 등 사회적 위기가 팽배해 있다. 또 분열을 일삼는 교회의 위기도 함께 있다. 이젠 정말 이대로 안 된다. 한국 사회가 이대로 안 되고, 한국 교회가 이대로 안 된다. 뭔가 새로워져야 한다. 그래서 '1907년'이 중요하다. '아! 그때, 그 위대한 사건이 있었구나. 그걸 되살리자'란 열망이 터져나와야 한다. 이번 기념대회가 그 계기가 되길 바란다."

-이번 대회에선 보수와 진보가 함께 뭉쳤다.

"물론이다. '1907년'은 보수와 진보로 갈리기 전의 경험이다. 양쪽 다 '1907년'을 자기 것으로 삼고자 한다. '1907년'은 보수와 진보를 넘어선 지향점이다. 그래서 이번 서울 상암대회에서 7가지 키워드를 제시한다. 성령, 회개, 선교, 나눔, 일치, 통일, 생명이다. 일천만 크리스천이 이 키워드를 자신의 삶 속에서 되살리길 소망한다."

글=백성호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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