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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위적 선거열기 조성말라(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대선 초반전이 당초 예상과는 달리 차분하고 냉담하기까지 한 분위기가 되자 각 후보 진영이 내심 당황하는 듯한 기미가 보이고 있다. 유세가 시작된지 1주일이 가깝도록 열기도 바람도 일지 않고 이렇다 할 쟁점도 나오지 않자 선거분위기가 너무 저조하지 않느냐 하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따라 각 당이 선거전략을 재검토 하고 부동층을 끌어들일 새로운 방안을 찾는데 고심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여기서 우리는 각 정당에 이번 선거를 87년 대선과는 비교하지 말라는 얘기를 하고싶다. 87년 대선은 근30년의 권위주의 체제를 청산하고 16년만에 국민직선의 선거를 치른 일대축제의 성격이 강했다. 당시에도 선거법이 있었지만 껍데기에 불과했고 각 당과 후보들은 온갖 방법을 총동원해 선거운동을 마음놓고 벌였고 국민의 참여열기 역시 한껏 고조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 대선은 그런 민주화의 감격속에 치러진 5년 전의 선거와는 다르다. 87년 대선이 특수한 상황에서 치러진 비정상적 선거였다면 이번 대선은 통상적 선거라 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5년전과 같은 열기나 바람이 일어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이제 와 그런 것을 재연해 보려는 시도는 무리가 될게 분명하다.
우리가 보기에 이번 대선에 대한 국민의 1차적 관심은 공명여부에 집중된 것 같다. 5년 전의 과열경험도 있거니와 중립내각의 등장과 말썽 많았던 불법사전운동 제시 등으로 인해 선거초반의 유권자 눈길이 공명쪽에 많이 가는 것은 당연한 현상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각 당은 지금 열기가 오르지 않는다고 하여 억지로 열기를 조성해 보려는 무리수를 두지 않기를 권고한다. 유세장 분위기가 냉담하다고 하여 과거처럼 박수부대를 동원하고 일당 대학생과 피킷맨을 대거 고용한다면 모처럼 조성된 공명분위기를 삽시간에 무너질 것이다. 이런 인위적 열기조성을 하자면 사람동원이 불가피한데 동원을 하자면 교통편의 제공·식사제공·일당지불 등 불법행위가 대량으로 빚어지고 후보별 「동원부대」가 전국을 돌아다니는 현상이 또 일어날게 틀림없다.
우리 역시 선거분위기가 지나치게 냉담한 것은 바람직 하다고 보지 않는다. 5년만의 대선인데 국민의 정치의사와 열정이 분출­참여하는 장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그것을 정당들이 돈과 사람을 대량 투입하는 인위적 방식으로 해서는 안될 일이다. 국민의 관심을 끌고 국민생활­이해관계에 맞닿는 정책쟁점으로 자연스럽게 열기가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각 정당이 초반의 차분한 선거분위기에 당황한 나머지 무리한 세과시 등 열기조성에 나서거나 지역감정을 부추길 가능성을 경계하면서 선거관리 당국도 이런 점에 각별히 대비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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