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 회장 "그룹 명예 실추시켜 죄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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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자식 사랑 때문이었다는 작은 위안마저도 치졸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뒤늦게 뉘우치며 후회하고 있습니다."

보복폭행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김승연 한화 회장은 15일 임직원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하는 e-메일 서신을 보냈다. 그는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것이 어리석은 인간이라지만 이번 사건이 이토록 전 국민적 관심사로 확대되고 한화인들에게 큰 상처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그룹의 명예를 실추시켜 (부친인 고 김종희 회장에게) 자식 된 도리를 다하지 못했다"며 회한의 심정을 나타냈다.

사업 걱정도 했다. "업무 보고를 받아 경영상 큰 공백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그동안 직접 챙겨온 해외사업들이 좌초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직원들에게 "마음의 상처가 크겠지만 하루빨리 상심을 털어 각자의 직분에 최선을 다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전날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고 선처를 바란다는 취지의 탄원서를 직접 써 법원에 냈다.

한편 미국에서 국가기밀 유출 혐의로 체포돼 장기간 복역한 로버트 김(66.한국명 김채곤)씨가 김 회장에게 위로 e-메일을 보냈다. 워싱턴 인근에 사는 김씨는 "한 아버지로서 자식 사랑 때문에 겪는 김 회장의 고생을 이해한다"며 "뼈아픈 실수가 전화위복이 돼 앞으로 기업을 하는 데 큰 교훈이 될 것"이라고 위로했다. 김 회장은 로버트 김씨가 펜실베이니아 앨런우드 연방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1997년부터 6년여간 김씨 가족의 생활비를 지원했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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